'스스로 투명하게 홍명보 뽑았다더니'…2년 만에 말 바꾼 이임생

사회

뉴스1,

2026년 8월 08일, 오후 04:21

이임생 대한축구협회(KFA)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에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2024.7.8 © 뉴스1 오대일 기자

"회장으로부터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아 절차상 문제없이 감독 결정은 스스로 투명하게 결정했다."

2024년 7월,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배경을 설명하던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모든 책임을 끌어안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책임을 회피해 오던 그는 2년 뒤 홍 감독을 뽑은 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의 지시였다고 말을 바꿨다.

축구계에 따르면, 이 전 이사는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 대한축구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소송에 소송관계인으로 참여하겠다는 소송 참가를 신청했다.

앞서 문체부는 2024년 11월 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몽규 전 회장을 비롯해 김정배 부회장, 이 전 이사에게 기관 운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특히 이 전 이사의 주도로 홍 전 감독을 선임한 과정에 대해선 "권한이 없는 자의 불공정·불투명한 추천으로 이뤄진 절차적 하자"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이사는 자신이 감독 선임을 주도한 게 아니라 수뇌부의 지시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소송 참가서를 제출했다.

이 전 이사는 2024년 6월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당시 정 전 위원장은 최종 후보를 홍명보,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등 3명으로 추린 뒤 1순위로 홍 전 감독을 낙점한 것으로 보고했지만, 정 전 회장이 2~3순위 후보까지 3명 모두 만나고 추천하라고 했다.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가운데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오른쪽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2024.9.24 © 뉴스1 안은나 기자

자기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한 정 전 위원장이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물러났고, 이 과정에서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은 채로 이 전 이사에게 감독 선임 전권이 넘어갔다.

이후 이 전 이사가 유럽으로 날아가 포옛, 바그너와 면담했고, 귀국 후 최영일 부회장의 도움으로 성사된 '빵집 회동'을 통해 홍 전 감독으로부터 수락을 받아냈다.

그다음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대한축구협회가 홍 전 감독과 협상하는 동시에 당시 홍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던 울산HD에도 양해를 구했다.

이 전 이사는 "최종 후보 세 후보자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난 혼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외부에 정보가 새는 걸 막기 위해 전력강화위원회도 소집하지 않고, 위원에게 개별 연락해 '자신이 최종 후보를 결정해도 되겠느냐'고 동의를 구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은 이랬지만, 국회 청문회까지 불출석하던 이 전 이사가 돌연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정 전 회장의 지시대로 후보자 3명을 모두 만나 누구와도 계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는 것이다.

면담을 거부해 온 홍 전 감독을 밤늦게 자택 앞에서 만난 것도 그 때문이고, 승낙을 얻은 뒤에는 정 전 회장이 최우선 협상 대상인 홍 전 감독을 선임하는 방향으로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KFA)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7.8 © 뉴스1 오대일 기자

문체부는 권한이 없는 이 전 이사가 홍 전 감독을 추천한 것으로 해석했지만, 이 전 이사는 그런 임의적 행위를 한 게 아니라 수뇌부의 지시를 수행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감독 최종 후보 3명과 면담을 통해 대한축구협회가 곧바로 협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게 자기의 역할이었다는 것이다.

이 전 이사는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 같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이사의 '책임 회피'에 대해선 동정받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미 그는 자기가 모든 책임을 안고 가겠다고 여러 차례 피력했기 때문이다.

진실을 밝혀야 할 때는 입을 다물더니 대한축구협회가 '적폐 조직'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자기 한 몸 살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홍 전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최악의 경기력 속에 조별리그 탈락 한 뒤에는 이 전 이사가 핸드폰을 바꾸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는 정황도 포착됐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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