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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수난구조대 대원들이 출동을 앞두고 수중 장비 착용하고 있다. (사진=김주환 기자)
35kg이 넘는 중장비를 짊어지고 칠흑 같은 물속으로 몸을 던지는 8년 차 베테랑 최재성 소방교는 수난구조대의 일터를 이렇게 정의했다.
지난달 27일 장마 끝자락의 평일 아침. 본지가 찾은 서울 광진구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상황실은 들어서자마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강 수면 위에 위치한 청사 내부는 끊임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와 무전기 너머의 거친 음성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대교 난간에서 서성이는 사람이 있다” “수상 레저 기구가 허가 구역 밖으로 떠내려간 것 같다”는 등의 119 신고와 위치 확인 무전이 끊임없이 오갔다. 상황실 모니터에 찍힌 위치 좌표를 주시하는 대원들의 눈빛은 매섭게 빛났다. 출동 신호를 대기하는 구조대원들의 표정 역시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대원들은 출동 벨이 울리면 30초 이내로 출동 준비를 마친다. (사진=김주환 기자)
출동 벨이 울리고 보트에 올라타 현장으로 달리는 시각, 대원들의 머릿속은 복잡한 상념 대신 ‘구조 대상자의 위치’ 단 하나로 단순해진다. 구조 대상자가 수면 위에 떠 있는 고작 5분 남짓의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함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이 5분의 시계는 계절에 따라 다르게 흘러간다. 옷이 얇아 신속히 가라앉는 여름철과 패딩의 부력으로 수면에 조금 더 머무는 겨울철 등 계절별 수색 조건을 찰나의 순간 판단하며 대원들은 강물 위를 질주한다.
단 1초 차이로 생사가 갈리는 가혹한 현장이지만 이 가혹함을 견디게 하는 것은 삶의 끝자락에서 누군가를 건져 올렸을 때의 보람이다.
누군가에게 한강은 낭만적인 공간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장소다. 어둠을 틈타 대교 위에 홀로 서는 비극적인 순간 속에서도 대원들은 어떻게든 생명의 줄기를 낚아채야 한다.
최재성 소방교가 수난구조대원으로서의 경험과 회고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주환 기자)
“신고를 받고 출동해 물에 떠 있던 아이를 무사히 구조했습니다. 아이가 떨리는 입술로 그러더군요. 부모님께 거짓말을 한 게 너무 두려워서 순간적으로 뛰어내렸는데 막상 물에 빠지니까 너무 살고 싶었다고요.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한 부모님과 아이가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데 그 장면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제 삶의 가장 큰 보람입니다.”
구조된 이들은 대부분 극심한 충격으로 말문을 닫는다. 대원들은 이들을 체온 회복실로 안내해 체온을 올린 후 지상 구급대와 경찰에 신병을 인계한다. 수면 위에서 생명을 구하고 안전하게 육상으로 인계하는 순간, 차가운 강물 위에서 주어진 이들의 소명은 비로소 완성된다.
◇35kg 장비와 1cm 시야…칠흑의 ‘수중 사투’
그러나 모든 출동이 기적 같은 환희로 끝나지는 않는다. 환희 뒤편에는 가혹한 현장의 애로사항과 구조대원들이 감내해야 할 직업적 고뇌가 짙게 깔려 있다.
실제로 수난구조대원이 현장에 투입될 때 착용하는 수중 장비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한다. 체온을 유지하는 드라이슈트부터 오리발, 부력 조절기(BC), 공기 탱크, 호흡기, 랜턴, 비상용 나이프와 웨이트 벨트까지 합치면 무려 35~40kg에 달한다. 육상에서는 걸음조차 옮기기 힘든 중량이다.
하지만 대원들은 이 무게를 견디며 수면 아래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스며든다. 일반적인 119안전센터가 육상 구조를 담당한다면 이곳 수난구조대는 물이라는 특수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을 상대한다.
최재성 소방교가 드라이슈트와 수중 장비를 착용한 채 한강 수면 아래로 잠수하고 있다. (사진=김주환 기자)
“많은 분이 모르시지만 한강 아래는 말 그대로 뻘밭입니다. 대원이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바닥 흙먼지가 피어올라 강력한 랜턴을 켜도 눈앞 1cm 앞이 보이지 않죠. 낮이든 밤이든 물속은 똑같이 깜깜합니다. 손목에 찬 다이버 컴퓨터의 배터리가 나가버리면 내가 얼마나 깊이 내려왔는지, 질소 마취에 걸리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극도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한강 바닥에서의 수색은 오직 ‘손 감각’에만 의존해야 하는 고독한 사투다. 시야가 전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물속을 훑다 보면, 순식간에 구조 대상자의 신체가 손끝에 감겨오는 순간이 온다. 알고 들어간 현장임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중압감은 베테랑 대원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최 소방교 역시 수난구조대 발령 한 달 차던 초임 시절, 잠실 수중보 출동 현장에서 생사의 위기를 겪었다. 댐 형식 수중보 특유의 거친 와류에 휩쓸려 몸이 물속으로 말려 들어가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지형지물도 숙지하지 못한 채 제 체력으로 물을 이길 수 있다는 자만심이 있었습니다. 와류에 휩쓸려 몸이 말려 들어가던 그 순간, 아차 싶었죠. 그때 저를 구한 건 옆에서 안전 로프를 확보하고 있던 버디(동료)였습니다. 동료가 로프를 강하게 당겨준 덕분에 함께 수면으로 올라올 수 있었죠. 그날 이후 저는 절대로 물을 이기려 하지 않습니다.”
뚝섬수난구조대는 19명의 대원이 24시간 불을 밝히며 한강의 안전을 수호하고 있다. (사진=김주환 기자)
끝내 시신조차 찾지 못했을 때 작은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 구조대를 찾아오는 유가족들의 절규를 마주하는 건 현장 대원들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정신적 고통이다.
이 때문에 대원들은 예측 불가능한 출동 명령에 대비해 일상마저 엄격한 규칙으로 통제한다. 샤워나 화장실 용무를 볼 때도 반드시 동료에게 알리고 가는 것이 이들의 철칙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출동이 단 몇 초라도 늦춰지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이들만의 루틴이다.
◇시민의 관심, 누군가의 생명줄
뚝섬수난구조대의 하루는 남들과 전혀 다른 호흡으로 흐른다. 지대장을 포함해 총 19명의 대원이 3개 팀으로 나뉘어 24시간(오전 9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3교대 근무를 서며 한강을 사수한다.
뚝섬에는 한남대교까지의 넓은 관할 구역을 커버하기 위해 프로펠러 없이 물로 구동하는 순환식 보트부터 고속보트까지 총 3척의 전용 구조정이 24시간 대기 중이다.
고속구조정 내부에는 레스큐 튜브 등 긴급 구조용 장비들이 실려 있다. (사진=김주환 기자)
그러나 최 소방교는 이런 오인 신고조차 결코 헛되지 않다고 강조한다. 시민들의 작은 관심과 제보 한 건이 누군가의 절망을 막아서는 마지막 안전망이 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대교 위를 지나가다가 우울해 보이거나 행동이 이상한 분을 마주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119에 신고해 주세요. 시민분들의 눈이 곧 저희의 눈입니다. 그리고 꼭 드리고 싶은 말은 물은 사람이 절대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얕아 보인다고 함부로 들어가거나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수영 시합을 하는 행동은 순식간에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최재성 소방교(왼쪽)와 김대근 소방교. (사진=김주환 기자)
오늘도 거친 물살 속에서 누군가의 생명을 건져 올린 최 소방교는 한강을 사수하는 수난구조대의 존재 이유를 나직한 목소리로 전한 뒤 다시 묵묵히 장비를 점검했다.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놀이 공간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작별의 장소인 이 한강에서 가장 절망적인 순간, 안전을 지켜주는 ‘늘 푸른 소나무’ 같은 존재. 그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도 차가운 물 속으로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지는 단 하나의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