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과정의 투명성이 핵심…투표용지 부족, 재선거 사유 충분”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10일, 오전 07:06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했다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투표를 하지 못한 인원을 국민이 일일이 입증해야만 재선거를 할 수 있다는 현재의 판단 기준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황도수 법무법인 황앤씨 변호사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단순한 행정상 실수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선거를 다수의 유권자가 한 명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국가적 법률행위로 규정하면서 법률행위에 하자가 생겼을 때 이를 바로잡으려면 사후에 절차의 적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변호사는 “선거인 수, 실제 투표자 수, 투표용지 발급 수, 후보별 득표수 등 선거에 관한 일련의 숫자는 자료를 통해 정확히 맞아야 한다”며 “특히 선거제도는 결과만 맞으면 되는 게 아니라 모든 과정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도수 법무법인 황앤씨 변호사. (사진= 김태형 기자)
황도수 법무법인 황앤씨 변호사. (사진= 김태형 기자)
◇“최종 투표율만 맞으면 된다?전산화가 전부는 아냐”

황 변호사는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로 드러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실무자들이 지역별 투표율 통계를 임의 조정한 정황과 관련해 ‘최종 투표율만 맞으면 된다’는 취지의 해명이 나온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주권자인 국민은 선거관리 담당자에게 확인된 숫자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입력하고 관리할 권한을 준 것”이라며 “중간 통계를 임의로 조정할 권한까지 부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전산 시스템도 완벽할 수는 없다. 오류나 조작 가능성을 전제로 검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변호사는 특히 전산시스템 활용 자체보다 전산 자료를 오프라인 기록과 대조할 수 없는 구조가 문제라고 봤다. 그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전자투표 관련 결정을 언급하며 “전산의 편리성은 활용하면서도 선거결과의 최종 확정은 별도의 전문지식이 없는 어느 누구라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황 변호사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재선거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독일 베를린 선거 사례를 들었다. 지난 2021년 9월 베를린에서는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과 기표소 부족, 장시간 대기 등으로 선거가 차질을 빚었다. 일부 유권자는 투표를 포기했고 투표 종료 예정 시간을 넘겨 투표가 계속되기도 했다. 이후 베를린주 헌법재판소는 주의회 선거 전면 재실시를 결정했고, 연방의회 선거도 일부 선거구에서 재실시했다.

황 변호사는 “우리 공직선거법과 독일 법제 모두 선거법 위반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때 선거를 무효로 한다는 구조는 비슷하다”며 “영향을 미쳤다는 요건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독일의 차이점은 ‘영향을 미쳤다’는 요건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황 변호사는 “한국 법원은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수나 잘못된 투표지 수가 당락을 뒤집을 정도였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토록 요구하는 판례를 확립하고 있다”며 “하지만 독일은 확인된 절차 위반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가능성을 중심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실제 투표하지 못한 사람이 발생했다면 절차 위반과 권리 침해는 이미 확인된 것”이라며 “득표 차이와 당시 투표율, 투표소 상황 등을 종합해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황도수 법무법인 황앤씨 변호사. (사진= 김태형 기자)
황도수 법무법인 황앤씨 변호사. (사진= 김태형 기자)
◇투표 전 과정 과학적 검증 필요…소송제도도 바꿔야

황 변호사는 대법원의 선거무효 판단 기준과 증거조사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관위의 위법이 확인됐는데도 소송을 제기한 국민에게 잘못된 표가 정확히 몇 장인지 입증토록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절차상 위법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구체적 가능성이 인정된다면 법원이 적극적으로 증거를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다.

또 재검표가 단순히 후보별 득표 수를 재확인하는 것 뿐만 아니라 투표지가 정식으로 발급된 것인지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변호사는 “국민의 요구는 보관된 투표지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발급된 진짜 투표지인지 확인해달라는 것”이라며 “인쇄 방식과 망점, 종이의 재질과 중량 등을 과학적으로 감정하는 절차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소청을 반드시 거친 뒤에야 선거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절차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선거소청이 실질적인 권리구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지연시킨다면 곧바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임의적 절차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선관위에 대한 외부 통제 강화를 강조했다.

황 변호사는 “헌법기관의 독립성은 필요하지만 독립이 외부 감시와 책임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위법 행위가 의심될 경우 감사와 수사, 국회의 진상규명 등 견제 장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는 승패가 결정됐다고 끝나는 행정 절차가 아니다. 누가 이겼는지만큼 그 결과가 어떤 절차를 통해 나왔는지가 중요하다”며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록과 검증 절차를 갖춰야 선거 결과에 승복할 수 있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도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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