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LG화학(051910)은 2018 사업연도 외국납부세액 공제한도를 계산하면서 미국에서 발생한 결손금을 한국, 중국 등 총소득금액에 대한 국가별 소득금액 비율로 안분해 각국 국외원천소득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신고·납부했다. 이후 LG화학은 특정 국가의 결손금은 다른 국가의 국외원천소득에서 차감해서는 안 된다며 약 42억원의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냈으나, 영등포세무서장은 당초 신고가 적정하다고 보고 거부처분을 내렸다.
현대건설(000720)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 지점을 둔 현대건설은 2015~2017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하면서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결손금을 다른 국가 소득금액 기준으로 안분한 뒤 그 안분액을 해당 국가 국외원천소득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후 특정 국가 결손금을 다른 국가 소득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재산정해야 한다며 종로세무서장에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냈지만 역시 거부됐다.
두 사건 모두 쟁점은 같다. 구 법인세법 제57조 제1항 제1호와 구 시행령 제94조 제7항이 정한 ‘국별한도방식’에 따라 공제한도를 계산할 때, 특정 국가의 결손금을 다른 국가의 국외원천소득에서 소득 비율대로 안분해 차감해야 하는지, 아니면 해당 결손금을 다른 국가 소득 계산에 아예 반영하지 않아야 하는지였다.
외국납부세액공제는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번 소득에 대해 외국과 한국에서 이중으로 세금을 내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국에 낸 세금만큼 한국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다만 공제 한도는 ‘전체 산출세액 × (해당국 국외원천소득 ÷ 전체 과세표준)’으로 제한된다. 무제한 공제를 허용하면 해외에 세금을 많이 낸 기업이 국내 소득에 대한 세금까지 공제받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 1·2심 모두 기업 패소…“국외원천소득 비율 100% 못 넘어”
두 사건 모두 1심과 2심에서 기업 측이 패소했다.
LG화학 사건의 1심은 국외원천소득이 과세표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0%를 초과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손이 발생한 국가가 있으면 분모(과세표준)뿐 아니라 분자(국외원천소득)에도 결손금이 반영돼야 비율 왜곡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LG화학 주장대로 할 경우 실질적으로 결손금이 국내원천소득에만 배분되는 셈이 돼 국내 과세권을 잠식하고, 사실상 완전세액공제를 도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낳아 제도 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2심도 항소를 기각했다. 조세법률주의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국세청 기본통칙·집행기준이 상위법령을 구체화한 것일 뿐 무효는 아니라고 봤고, 한·중 조세조약 2의정서·한·미 조세조약·경제협력개발기구(OECD)모델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각 조약이 세액공제 방식을 채택하면서 구체적 계산방식은 한국법에 위임하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건설 사건의 1심도 같은 취지로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손금을 다른 국가 소득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국내에서 세액을 환급해줘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고, 국외원천소득이 과세표준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00%를 초과하는 모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결손금을 국내외 모든 국가 소득에 소득금액 비례로 안분하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원심도 항소를 기각하면서, 현대건설이 근거로 든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94조 제6항·제96조는 이월결손금 등에 관한 규정일 뿐 당해연도 결손금 처리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고 봤다.
◇ 대법원 “안분 차감방식 타당”…선례 의미
대법원은 두 사건 모두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국외사업장이 2개국 이상인 내국법인이 외국납부세액 공제한도를 정할 때, 어느 국가 소득이 결손인 경우 ‘국외원천소득’은 그 결손금액을 총소득금액에 대한 국가별 소득금액 비율로 안분해 국가별 소득금액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이 제시한 근거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관련 법령에 결손금 처리방법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어 제도 취지에 비춰 체계조화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는 국외원천소득에 대해 우리나라에 납부할 법인세액 범위 내에서만 공제를 허용하고 있어, 이로 인해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과세권이 잠식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셋째, 결손금이 다른 국가 소득에서 전혀 차감되지 않으면 그 결손금이 실질적으로 국내원천소득에서만 차감되는 셈이 돼 국내 과세권이 잠식된다는 점이다. 넷째, 국외원천소득이 과세표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0%를 초과할 수 없으므로, 결손 발생으로 분모(과세표준)가 줄면 분자(국외원천소득)도 함께 조정·감축돼야 한다는 점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여러 나라에 사업장을 둔 기업이 어느 나라에서 손실을 봤다면 그 손실은 흑자를 낸 다른 나라들에서의 소득에도 비례해서 나눠 차감하는 방법으로 외국납부세액공제 한도를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국외사업장을 다수 보유한 기업들이 특정국 결손을 이유로 다른 국가 소득에 대한 공제한도 확대를 주장하는 유사 사건에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