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홍명보 전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 오른쪽은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 뉴스1 안은나 기자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몽규 전 회장과 김정배 당시 상근부회장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경찰 수사에서 협회의 '윗선' 관여 여부 규명이 주목된다.
감독 선임 의혹 수사의 핵심 혐의는 업무방해다. 경찰은 협회 수뇌부가 위계나 위력을 사용해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감독 후보 추천 업무와 이사회의 선임 업무를 방해했는지 입증해야 한다. 경찰은 최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휴대전화·전자기기와 내부 자료 등을 토대로 수뇌부의 지시·보고 과정 등을 확인하기 위한 분석에 착수했다.
"홍명보로 하라"…선임 과정 구체적으로 밝힌 이임생
1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이사는 지난 4일 서울고등법원에 소송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전 이사는 신청서에서 자신이 홍 전 감독을 독자적으로 추천하거나 선임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이사는 정해성 당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사임한 뒤 정 전 회장으로부터 최종 후보자 3명을 모두 면담해 감독직 수락 의사와 계약 가능성을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회장은 홍 전 감독을 포함한 후보자들을 선입견 없이 검토하고 누구와도 계약할 수 있도록 협상하라고 했으며, 메신저를 통해 "한국 축구를 위한 이임생 TD(테크니컬 디렉터·기술총괄이사)의 판단을 믿는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전 이사는 이에 따라 거스 포옛과 다비드 바그너, 홍 전 감독을 면담한 뒤 후보자별 의사와 계약 가능성을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홍 전 감독이 소속 구단의 허락을 전제로 감독직을 수락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를 정 전 회장에게 보고했고, 정 전 회장이 "그러면 홍명보 감독으로 하라. 자세한 건 김정배 부회장과 상의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후 김 전 부회장은 정 전 회장과 소통을 마쳤다며 홍 전 감독의 내정 발표와 계약 절차, 감독 선임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이사는 감독 선임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도 같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이사의 이번 주장은 2024년 감독 결정을 스스로 했다고 밝힌 기존 설명보다 선임 전후의 지시·보고 과정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 전 회장도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이 전 이사가 감독을 결정한 뒤 자신과 상의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답했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대한축구협회 사무실의 모습. 2026.8.6 © 뉴스1 김영운 기자
홍명보·이임생 조사 후 압수수색…업무방해 위계·위력 입증 관건
경찰은 전력강화위원과 전직 이사에 이어, 홍 전 감독과 이 전 이사 등 피의자들을 조사한 데 이어 지난 6일 충남 천안의 축구협회 사무실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의 휴대전화·전자기기, 전력강화위와 이사회 관계자들이 사용한 노트북 등이 포함됐다. 감독 선임 관련 행정 서류와 전자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강제수사는 정 전 회장의 감독 선임 지시와 김 전 부회장의 후속 절차 관여 여부를 통화·메신저 기록과 내부 문서 등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이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 전 회장이 홍 전 감독을 사실상 결정하고 이 전 이사가 이를 집행한 뒤 김 전 부회장이 내정 발표와 계약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한 셈이다.
축구 국가대표팀 운영규정은 전력강화위가 감독 후보자를 추천하고 이사회가 감독을 선임하도록 한다. 정 전 회장이 홍 전 감독을 최종 후보로 결정하고 이 전 이사가 이를 집행한 뒤 김 전 부회장이 이사회 의결 전에 내정 발표와 계약 절차를 지시했다면 두 기구의 업무를 사실상 형식에 그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문체부도 2024년 감사에서 권한이 없는 이 전 이사가 홍 전 감독을 추천했고 내정 발표 뒤 진행된 이사회 의결은 형식에 그쳤다고 판단했다.
다만 업무방해 혐의를 입증하려면 협회 수뇌부가 위계나 위력을 사용해 전력강화위와 이사회의 판단을 방해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
경찰은 수뇌부가 허위 설명이나 지위에 따른 압력으로 위원·이사들이 이미 정해진 결론을 추인하도록 했는지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e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