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잡은 합수본 해산 위기…특사경 수사도 혼선 불가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11일, 오전 05:45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지난 5월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합수본)는 이른바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에게 마약을 공급한 최병민 씨를 구속기소했다. 경찰은 당시 해외 도피 중이던 최씨를 검거·송환했다. 합수본은 최씨 송치 이전 이미 검·경 각자의 수사 단계에서 확보한 자료와 정보를 토대로 여죄를 빠르게 규명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오는 10월 2일부터는 검·경 합동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이 전면 차단되면서다. 앞으로 합수본에 참여한 검사가 사건 정보를 공유하고 법률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압수수색 대상이나 피의자 조사 방향을 논의하는 등 실질적으로 수사에 관여할 수 없다. 검사 참여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합수본을 운영할 경우 향후 형사재판에서 피고인 측이 검사 관여를 문제 삼아 증거수집 절차의 적법성을 다툴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72년간 검찰을 중심으로 얽혀 있던 수사 기능을 여러 기관으로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빈틈을 메우지 못하면 수사 공백은 물론 형사재판에서 절차와 증거능력을 둘러싼 새로운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혁 취지를 살리면서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시행 전 추가 입법과 하위법령 정비를 통해 기관별 권한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서울중앙지검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수사 못하는 검사, 특검 가면 직접수사…‘특검 의존’ 커지나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 형소법 시행에 따라 검사는 발생·인지 사건 뿐만 아니라 고소·고발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없다. 하지만 특별검사팀에 파견된 검사는 개별 특검법에 따라 직접 수사에 참여할 수 있다. 공소청 소속으로 근무할 때는 수사할 수 없는 검사가 특검에 파견되면 직접수사 권한을 갖게 되는 구조다.

개별 특검법에 직접수사 근거가 있는 만큼 당장 위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검사의 직접수사를 전면 폐지한 형소법의 입법 취지와 달리 특검에서는 검사가 수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정합성 논란은 남는다. 향후 특검 수사 대상자가 검사에 의한 수사를 두고 절차적 정당성이나 평등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더 큰 문제는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까지 사라지면서 향후 사회적 논란이 큰 사건마다 특검과 같은 별도의 수사기구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찰의 1차 수사에서 범죄 혐의를 충분히 규명하지 못한 사건을 검찰이 직접 보강하거나 새로운 범죄 혐의를 찾아내는 통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인 김후곤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는 “검찰이 보완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1차 수사가 잘못됐을 때 이를 바로잡을 시스템이 없다 보니 결국 국민적 공분이 큰 사건마다 특검에 대한 의존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비정상인 특검 남발이 정상처럼 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선 사례와 같이 검·경 합수본은 당장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도진수 법무법인 진수 대표변호사는 “단순 협력·법률지원과 실질적인 수사 지휘·관여의 경계를 법령에서 명확하게 정하지 않으면 개별 사건마다 증거능력 다툼이 반복될 수 있다”며 “남은 두 달 동안 수사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후속 입법과 하위법령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그래픽= 김정훈 기자)
◇특사경 수사도 혼선…과학수사 조직 어디로

금융감독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용노동부 등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담당하는 전문범죄 수사도 혼선이 예상된다. 개정 형소법 시행 이후 검사의 특사경 수사지휘는 사라지며 추가 수사가 필요하더라도 직접 보완수사 대신 특사경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문제는 공소청 검사가 특사경이 확보한 자료 외에 추가 자료를 직접 요구·확보하거나 수사 과정에 관여할 경우다. 이를 기소·공소유지를 위한 활동으로 볼지, 금지된 수사로 볼지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검사에게 수사권이 없는 만큼 허용 범위를 벗어난 관여로 판단될 경우 피고인 측이 증거능력이나 수사절차의 적법성을 다툴 가능성도 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대표변호사는 “금융·증권범죄의 경우 대상자들의 대응이 빠르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의 적기를 놓치면 증거 확보가 어려운 사건이 많다”며 “그동안 특사경이 중요 단계에서 검사 지휘를 받아 수사를 진행해왔는데 앞으로 이를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만큼 수사 속도와 완성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교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송명섭 LKB평산 대표변호사는 “개별 법령에서 검사가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더라도 실제 사건에서는 해당 행위가 법이 허용한 영역에 포함되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다”며 “해석의 여지를 최소화하도록 검사가 할 수 있는 행위와 할 수 없는 행위를 법률에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보유한 과학수사와 디지털포렌식 조직의 거취도 숙제다. 과학수사·포렌식은 압수한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에서 증거를 확보·분석한다는 점에서는 수사 기능에 가깝다. 하지만 현재 검찰의 과학수사 기능은 수사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소 이후 법정에서 디지털 증거 등의 신뢰성과 증명력을 검토하고 피고인 측의 증거 관련 주장에 대응하는 등 공소유지를 지원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관련 기능을 중수청이나 경찰로 전부 넘기면 공소청이 수사기관이 생산한 증거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역량이 약화할 수 있는 반면 공소청에 그대로 남길 경우 수사권이 없는 기관이 어느 범위까지 포렌식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될 수 있다.

강우경 법무법인 굿플랜 대표변호사는 “증거를 확보·분석하는 수사 단계와 기소 이후 증거의 신뢰성·증명력을 검증해 공소유지를 지원하는 기능은 성격이 다른 만큼 이를 구분해 제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며 “공소청에도 수사기관이 생산한 디지털 증거를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법정에서 제기되는 증거 관련 쟁점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문역량은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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