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에 폭염·가뭄이 장기화되고 있는 11일 밀양시 초동면 봉황리 와지저수지 바닥이 메마른 채 갈라져 있다. 2026.8.11 © 뉴스1 윤일지 기자
남부지역 강수량이 평년 수준을 밑돌면서 생활·공업용 댐과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일부 농촌에서는 이미 제한급수가 시작됐고, 주요 도시는 낙동강 등 다른 수원을 끌어와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당장 광역적인 제한급수가 임박한 상황은 아니지만 가뭄이 장기화하면 기존 생활·농업용수에 더해 반도체 산업단지 등 대규모 산업용수까지 확보해야 해 남부권의 물 공급 여력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1일 한국수자원공사 수문자료에 따르면 대구와 경산 등에 용수를 공급하는 운문댐 저수율은 25.0%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같은 시기 62.5%, 예년 52.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울산 대곡댐은 3.8%, 사연댐 17.9%, 경북 보현산댐 15.8%, 전북 섬진강댐 19.1%, 경남 남강댐 25.5%, 밀양댐은 31.8%까지 떨어졌다.
농업용수 사정도 좋지 않다.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 1872곳의 평균 저수율은 이날 47.7%로 평년 67.0%의 71.1% 수준이다. 경남은 33.1%로 평년 71.6%의 46.2%에 불과했다. 전북 40.5%, 전남 41.8%, 경북 45.3% 등 남부지역 대부분이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돌려막기' 급급한 용수 공급…대체수원 확보는 지역 갈등에 발목
이미 농업 현장에서는 공급 조정이 시작됐다. 지난달 말 밀양·양산·의령의 농업용수 가뭄 단계가 '경계'까지 올라갔고 밀양에서는 저수지 40곳 중 39곳이 격일급수에 들어갔다. 그것도 일 1000톤으로 제한된다. 창녕 일부 저수지도 제한급수를 시행했다.
생활·공업용수는 다른 수원을 끌어와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운문댐이 지난달 가뭄 '심각' 단계에 들어가자 정부는 대구에 공급하는 운문댐 물을 줄이고 낙동강 공급량을 늘렸다. 경산에도 금호강 물을 추가 공급하고 있다. 가뭄이 더 심해지면 2018년 설치한 금호강 비상공급시설을 활용해 하루 최대 12만톤까지 대체 공급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다른 수원에서 물을 가져와 당장의 부족을 넘기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대구는 운문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이용과 안동댐 취수, 장거리 도수관로 등을 검토해 왔지만, 지역 간 갈등으로 사업이 이어지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 다시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가 복류수와 해평취수장, 안동댐 활용안을 비교하고 있다. 취수지점과 공급량, 관로 노선을 정하는 기본계획 완료 목표는 2027년 8월이다.
울산도 대체수원 확보가 남아 있다. 반구대 암각화 보호를 위해 사연댐 운영수위를 낮추면 생활용수 공급량이 감소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운문댐 물을 울산에 공급하는 방안이 2021년 정부 계획에 포함됐지만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다. 올해는 정작 운문댐 자체가 가뭄 '심각' 단계까지 내려갔다.
반도체 산단 대규모 용수 수요까지…'가뭄 심화 시' 장기 물 수급 비상
호남에서는 기존 용수 수요에 대규모 산업용수 수요까지 더해진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1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남권 반도체 산단에 2030년까지 하루 65만톤의 용수를 확보하겠다고 보고했다. 1단계로 동복댐과 주암댐에서 하루 35만톤, 2단계로 하수 재이용수와 나주댐에서 30만톤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남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도 현재 평년의 65.9% 수준이다. 나주댐 농업용수 일부를 산업용으로 활용하려면 영산강에서 농업용수를 대신 공급할 양수장과 관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동복댐 증고와 하수 재이용, 댐 간 연계 등을 통해 추가 수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같은 가뭄이 반복될 때 생활·농업용수와 대규모 산업용수를 함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는 향후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확인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 6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보고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의 물 수지 분석에서는 미래 가뭄 때 연간 5억5000만톤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5년 전 계획에서 산정한 부족량보다 83배 늘어난 규모다. 반면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맞춰 서남권 반도체 산단에 필요한 대규모 용수 공급계획을 내놓으면서 물 부족 전망과 신규 공급계획의 정합성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기후부는 물 부족량 전망이 추가 투자 없이 현재 용수 인프라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미래 가뭄 때 발생할 부족분을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복댐 증고와 하수 재이용, 장흥댐-주암댐 도수로 연계 등 신규 인프라가 구축되면 부족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서남권 반도체 산단 용수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반도체 팹 4개에 공급하는 양으로는 크게 부족한 편은 아니다"면서도 "어느 곳이든 가뭄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예비 용량까지 감안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부의 물 문제는 단순한 강수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대규모 산업용수 수요까지 늘면서 남부권 전체의 수원과 공급망을 장기 가뭄에 맞춰 재검토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ac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