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t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집…3년 만에 민낯 드러냈죠"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12일, 오전 05:53

[이데일리 염정인 기자] 수년간 쓰레기로 가득 찬 방에서 홀로 지내온 8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새 보금자리를 얻었다. 집 안을 가득 채운 잡동사니는 1t 트럭 5대를 너끈히 채울 정도의 양이었다.

저장강박증을 가진 이모(81) 씨의 쪽방 내부 모습.(사진= 영등포역파출소 제공)
저장강박증을 가진 이모(81) 씨의 쪽방 내부 모습.(사진= 영등포역파출소 제공)
11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6일 이른바 ‘저장강박’을 가진 이모(81) 씨의 쪽방이 경찰 등 관계 당국의 도움으로 약 3년 만에 민낯을 드러냈다. 켜켜이 쌓였던 쓰레기 더미를 마침내 모두 치우면서다.

저장강박증은 물건을 무분별하게 모으고 버리지 않는 강박장애의 일종이다. 이씨의 집도 마찬가지였다. 길가에서 쪽방으로 이어지는 통로부터 각종 쓰레기로 꽉 들어차 있었다. 이를 간신히 비집고 들어서면 방 안에는 또 다른 ‘쓰레기 산’이 펼쳐졌다.

이 씨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영등포경찰서 영등포역파출소 소속 민수(45) 경감이었다. 이씨는 2023년 무렵부터 하루의 절반 이상을 영등포역 고가도로 아래에서 보냈다고 했다. 집이 쓰레기로 가득차자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고 폭염과 혹한에도 거리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민 경감은 1년 넘게 이씨의 안부를 살피며 설득한 끝에 최근 집 정리를 해도 좋다는 동의를 얻었다. 민 경감은 대화를 통해 이 씨의 가족관계 등 내밀한 속사정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고 올해는 자녀에게도 직접 연락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사도 전했다.

민 경감은 관계 기관에 협조를 구한 끝에 영등포구청의 지원사업인 ‘마을 안(安) 희망살이’를 통해 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실제 예산 집행과 현장 지원 등 실무는 문래동 주민센터가 맡았다.

지난달 26일 민수 경감과 문래동 주민센터 소속 주무관 그리고 '영클린(영등포클립협동조합)' 활동가 등 10여 명이 쓰레기가 가득 쌓인 쪽방을 청소 중인 모습이다.(사진=영등포역파출소 제공)
지난달 26일 민수 경감과 문래동 주민센터 소속 주무관 그리고 '영클린(영등포클립협동조합)' 활동가 등 10여 명이 쓰레기가 가득 쌓인 쪽방을 청소 중인 모습이다.(사진=영등포역파출소 제공)
이후 민 경감과 문래동 주민센터 소속 주무관 그리고 ‘영클린(영등포클립협동조합)’ 활동가 등 10여 명은 지난달 26일 이씨의 집에 모였다. 이들은 주말도 반납한 채 무더위 속에서 약 5시간에 걸쳐 집 안을 정리했다.

쪽방에서 나온 쓰레기 더미는 1t 트럭 5대를 꽉 채울 정도였다. 청소 과정에서 당초 한 칸 규모로 알려졌던 이 씨의 방이 실제 네 칸짜리 공간이었다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됐다. 여러 개의 방이 쓰레기로 가득 차 있어 그동안 내부 구조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현재 이씨는 더 나은 환경의 인근 쪽방으로 이사를 마친 상태다. 기존에 이씨가 살던 쪽방은 향후 거리노숙인 등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사업에 쓰일 전망이다. 현재 내부 보수 공사 중으로 확인된다.

민 경감은 “여름철 쓰레기가 겹겹이 쌓인 방의 열기와 악취는 엄청나다”며 “여러 기관이 합심한 덕에 이씨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어르신이 뜨거운 아스팔트 대신 안전하고 위생적인 공간에서 여름을 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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