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일부 지역에서 먼저 시작된 ‘주치의제’가 전국으로 확산할 채비를 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해부터 자체 건강주치의제를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다음 달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건강보험당국이 해외 운영방식을 살펴보고 국회에서도 구체적인 설계안을 내놓으면서 전국 단위 주치의제 도입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환자 중심 일차의료 서비스 제공 흐름도. 보건복지부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이러한 서비스 흐름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다.(자료=보건복지부)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주치의제를 시행 중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10월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제주형 건강주치의’를 도입했다. 65세 이상 노인과 12세 이하 아동 등을 대상으로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만성질환 관리, 방문진료 등을 제공한다. 시행 두 달 만에 3565명이 자신의 주치의를 지정·등록했다. 올해는 서귀포시의 동 단위까지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전국민 주치의제의 도입 시기나 구체적인 방식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지역에서 시작한 주치의제가 정부 시범사업으로 확대되면서 전국적인 제도 도입을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
주치의는 쉽게 말해 나의 건강 상태를 계속해서 살펴주는 의사를 지정하는 것이다. 지금은 감기에 걸리면 A의원, 혈압이 높으면 B의원, 허리가 아프면 C병원을 각각 찾는 식이지만 주치의제가 자리 잡으면 동네 주치의가 건강검진 결과와 질환, 복용하는 약 등을 한꺼번에 살펴본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면 적절한 병원으로 보내고 치료가 끝나면 다시 동네에서 관리한다.
특히 다중질환 고령층이 늘면서 주치의제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여러 병원을 오가다 보면 비슷한 검사나 약 처방이 겹칠 수 있어서다. 주치의가 전체 건강 상태를 파악하면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고 병이 심해지기 전에 관리할 수 있다. 대형병원은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한국형 주치의제를 만들기 위해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있다. 심평원은 지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프랑스 보건부와 건강보험중앙기금(CNAM), 현지 다학제의료센터 등을 방문했다. 현지에서 주치의가 환자를 큰 병원으로 보내는 방식과 의사에게 진료비를 지급하는 방식 등을 살펴봤다. 특히 프랑스가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주치의 보상체계를 발전시킨 과정 등을 한국형 제도 설계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영국 옥스포드셔주 울버코트 GP(General Practitioner, 동네 의원) 앞에 세워져 있는 간판. 영국에서는 지역 의사(일반의)가 주민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의 진료를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응급상황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며칠 전에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다. 문을 여는 시간도 하루에 4시간 남짓이다. 국내서는 주치의 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환자 만족도를 높여야 제도가 안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안치영 기자)
동네의원이 환자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도록 보상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의료계는 주장했다. 진료를 많이 할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방식만으로는 생활습관 상담이나 질병 예방에 충분한 시간을 쓰기 어려워서다. 의사와 함께 환자를 관리할 간호사와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최근 한국형 주치의제 설계안에서 단계적인 도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기존 동네의원은 환자 등록과 건강관리부터 시작하고 여건이 되는 곳은 방문·재택진료까지 제공한다. 이후 간호사·사회복지사·영양사 등이 함께 환자를 관리하고 지역 거점기관이 이들 인력을 주변 의원과 공유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보상 방식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기존 진료비에 환자를 꾸준히 관리한 데 따른 관리비를 더하고 혈압·혈당 관리나 응급실 방문 감소 등 성과가 좋으면 추가로 보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환자를 얼마나 건강하게 관리했느냐’에도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주치의제를 단기간에 완성하기 어려운 만큼 초기에는 환자와 의료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적절한 보상 수준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여러 직종이 함께 환자를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단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