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폭염에 아파트 정전 전년 比 29배…"노후시설 정비 뒷전"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12일, 오전 06:03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올 여름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질 정도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서울시 아파트 정전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변압기 등 낡은 전력 시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전력량을 따라가지 못한 게 주요 원인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미나 기자)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8월 1일부터 5일까지 시내 아파트 단지 정전 건수는 29회로 나타났다. 하루 6건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회와 비교하면 29배 늘었다. 통상 정전은 여름에 몰리는데 지난해와 올해 7월까지 주차별 정전 건수가 0~9건에 그쳤다는 점에서 수치가 갑자기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전은 노후 아파트의 설비 고장이 주된 요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조사 결과 최근 3년 동안 전국 3만 376단지(오피스텔 4909개 포함)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정전 건수는 382건이다. 이 중 61%인 233건이 수전실 내 변압기·저압 배전반 등 기자재 고장이었다. 아파트의 노후도에 따라 살펴보면 20년 이상 된 아파트의 정전 발생이 198건으로 절반 이상(51.8%)을 차지했다.

냉방기기 사용 급증으로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변압기 등 전기설비가 과열되거나 차단기가 작동해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에어컨을 비롯한 의류건조기,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 대용량 가전의 사용이 크게 늘어난 노후 아파트 단지는 늘어난 전력 수요를 견디기 어려워 여름철 정전 위험에 더욱 취약하다는 평가다.

아파트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수전설비 정비계획을 수립해 운영한다. 법에서는 노후 변압기는 25년, 수배전 설비는 20년 등 수선 주기도 권하고 있다.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주요시설을 보수하지 않은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다양한 이유로 설비가 제때 교체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노후 설비 정비를 위해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려면 입주자 대표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한정된 재원을 나눠서 사용하다 보니 대부분 설비 교체 일정은 계속 연기한다. 대신 조경·외벽 등 주민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아파트의 평가를 높일 수 있는 보수공사를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아파트에서는 노후 수전설비를 고의로 방치해 사고발생 후 보험 처리를 하고 장기수선충당금을 절약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파트의 장기수선계획은 3년마다 정기적으로 검토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계획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확정하면 무조건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 시 입주자 과반의 성명을 받아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수시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동주택 관리 지원 전문 기관인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측은 “단지마다 사용 패턴이 다르므로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도록 돼 있진 않다”면서도 “안전과 관련한 문제이므로 전문 점검업체의 검사를 받은 뒤 향후 수선 계획을 세울 때 그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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