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낀다고 달라질까요?"…극한 폭염이 남긴 '기후 우울'

사회

뉴스1,

2026년 8월 12일, 오전 07:00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최근 40도를 넘는 '극한 폭염'이 이어지는 등 기후 위기 심각성이 두드러지면서 '기후 우울'을 느끼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기후 문제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의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면서 우울감과 무력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6일 기상청이 발표한 2100년까지의 미래전망에 따르면 21세기 후반기에 우리나라 여름철 평균 온열지수는 고탄소 시나리오(SSP3-7.0)에서 현재(26.9도)보다 평균 6.3도 높아진 33.2도로 예상된다. 고탄소 시나리오란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경우를 뜻한다.

이렇듯 폭염을 비롯한 기후재난의 심각성이 점차 커지면서 '기후 우울(불안)'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기후 우울이란 2017년 미국심리학회(APA)에 의해 제시된 용어로 개인의 노력으로는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무력감에서 비롯되는 우울함을 일컫는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데서 나아가 식욕부진, 수면장애, 공황발작 등 구체적인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기후 위기를 생각하면 무력감을 느낀다는 직장인 김 모 씨(28·여)는 "밖에 나가면 '지구 멸망'이 곧 안 남은 것처럼 더운데 기후 위기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며 "에어컨 사용을 줄이려 하는데 요즘 같은 때는 에어컨을 안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명철 환경정의 활동가는 "주변에 기후 환경과 관련돼서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아 실제로 기후 우울을 겪고 계시는 분들을 많이 마주하게 된다"며 "기후에 관심 있어 어떤 액션을 하지만 '해결이 될까', '아무리 내가 노력한다 해도 막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서 이어진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후 활동가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후위기가 일상 저변으로 확대되며 기후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인구 수는 최근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진행하는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폭염·홍수 등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매우 불안하다' 또는 '약간 불안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 2020년 45.4%에서 2022년 45.9%, 2024년 53.2%로 늘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미래세대 기후 불안에 대한 심층 분석과 중재 전략' 보고서는 "미래세대에게 기후 위기는 삶의 전망, 정체성 형성, 사회적 소속감과 같은 심리·사회적 요인 전반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형태의 불안인 기후 불안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광명일반신업단지에서 글로벌 AI데이터센터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2026.7.20 © 뉴스1 최창호 기자

특히 최근에는 전력 소비량이 큰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AI를 거의 매일 쓴다는 대학원생 이 모 씨(20대·남)는 "AI마다 성능과 강점이 달라 한 번에 클로드, 제미나이, 챗GPT를 동시에 쓰기도 한다"며 "(AI를) 쓰면서도 영향이 없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한편으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단 생각에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핀란드, 미국, 영국, 호주 등 해외 국가에서는 기후 불안에 관한 논의와 관련 교육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고 있다. 일례로 영국 교육부는 2023년 교육 지속가능성 및 기후변화 전략을 수립해 기후 불안 훈련 지침 개발 등 지원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제2차 기후보건영향평가 추진을 위한 '2기 기후보건영향평가 전문위원회'를 발족하고 제2차 기후보건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질병청은 연구용역과 전문가 논의를 통해 정신건강 관련 지표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2차 평가에는 지난 2021년 진행됐던 제1차 평가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기후재난' 평가 영역과 정신건강과 만성질환 관련 지표가 추가될 전망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한국 사회에는 (기후 위기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경향이 있는데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각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후 위기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기후 우울을 심화시키고 (기후 우울을 느끼는 이들을) 사회적으로 더 고립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기후 위기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전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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