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통학차 7시간…44.9도에 홀로 남겨진 3살[사건의 재구성]

사회

뉴스1,

2026년 8월 12일, 오전 07:00


2018년 7월 17일 오전 9시 3분쯤 경기 동두천시. 세 살 A 양의 어머니는 집 앞에 도착한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딸을 태워 보냈다.

A 양이 앉은 곳은 통학차량 우측 맨 뒷좌석이었다. 약 20분 뒤 차량이 어린이집에 도착했을 때 A 양은 잠들어 있었다.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인솔교사는 다른 원아들을 데리고 내리면서 맨 뒷좌석까지 확인하지 않았다.

운전기사 역시 아이들이 모두 내렸다고 생각해 차량 내부를 살피지 않고 문을 잠근 뒤 어린이집을 떠났다.

그렇게 A 양은 아무도 없는 통학차량에 홀로 남겨졌다.

A 양의 담임교사는 오전 10시쯤 평소 통학차량을 타고 등원하던 A 양이 어린이집에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부모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통학차량에 아이가 남아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담임교사는 "부모님이 데려다주시려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오후 4시가 될 때까지 다른 교사에게도 A 양의 결석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사고 당일 동두천의 평균기온은 26.8도, 낮 최고기온은 32.2도였다. 사고 며칠 뒤 비슷한 날씨에 같은 차량의 온도를 측정한 결과 A 양이 앉아 있던 맨 뒷좌석 주변은 최고 44.9도까지 치솟았다.

A 양은 스스로 안전벨트를 풀거나 차량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수도 없었다.

A 양은 오전 9시 26분부터 7시간 14분 동안 차량에 방치됐다. 오후 4시 40분쯤 어린이집 원감이 차량 안에서 A 양을 발견했지만 A 양은 결국 열사병에 의한 질식으로 숨졌다.

재판부 "3명 중 한 명이라도 의무 다했다면…불운의 사고 아냐"
검찰은 인솔교사와 운전기사, 담임교사와 어린이집 원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3명의 보육교직원 중 한 명이라도 자신의 의무를 다하였더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어린이집 운영일지에는 운전기사와 인솔교사가 차량 내부에 원아가 없는지 확인한 뒤 서명하는 칸이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 당일은 물론 전날에도 인솔교사의 서명이 빠져 있었다.

시간제로 근무하던 운전기사는 업무를 빨리 마치고 밭으로 가 작물을 돌볼 생각에 차량 내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문을 잠그고 어린이집을 급히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에서는 확인란에 서명하면서도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담당 교사가 없으면 다음 날 서명하기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가 단지 A 양에게 우연히 닥친 불운이 아님을 알 수 있다"며 "어린이집의 허술한 안전 시스템과 보육교직원들의 안전의식 결여 및 의무 해태가 빚어낸 결과"라고 판단했다.

유족 선처했지만 교사·기사 실형…항소심도 형량 유지
의정부지법은 2018년 11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인솔교사에게 금고 1년 6개월, 운전기사와 담임교사에게 각각 금고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원장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400시간을 명령했다.

A 양의 부모가 피고인들과 합의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과실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현저했다"고 꾸짖었다.

이후 인솔교사와 운전기사, 담임교사와 검찰 모두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2019년 6월 이를 기각해 형량을 유지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자가 운행을 마친 뒤 차량에 아이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하차확인장치를 작동하도록 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마련됐다.

sby@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