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사진=연합뉴스)
사건은 2018년 4월 6일 삼성증권에서 발생한 배당 입력 오류에서 시작됐다. 당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조합원들에게 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을 할 예정이었지만 담당 직원이 전산시스템에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입력했고, 그 결과 우리사주조합원 2018명의 계좌에 현금 대신 삼성증권 주식 약 28억1295만6000주가 입고됐다. 이는 당시 삼성증권 발행주식 총수의 30배를 넘는 규모였다.
문제는 잘못 입고된 주식 중 일부가 시장에 매도되면서 주가가 급격히 움직였다는 점이다. 직원 22명이 약 1208만주에 대해 매도주문을 냈고 이중 16명이 주문한 약 501만주가 실제 체결됐다. 사고 당일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전 거래일 종가보다 11% 넘게 떨어졌다.
이에 당시 삼성증권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2019년 6월 삼성증권을 상대로 약 299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삼성증권이 배당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예방할 내부 기준과 절차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보고 삼성증권이 국민연금에 약 18억66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고 발생 이후 잘못 입고된 주식의 매도를 막기 위한 조치가 충분히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은 점도 책임 사유로 판단했다. 다만 잘못 입고된 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의 행위도 영향을 미친 점 등을 고려해 삼성증권의 책임을 손해액의 50%로 제한했다.
국민연금과 삼성증권은 모두 항소했지만 2심은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삼성증권이 배당 업무를 담당한 직원 등의 사용자로서 민법상 사용자책임도 부담한다’는 국민연금의 주장은 기각됐다.
대법원은 삼성증권의 배상 범위를 손해액의 50%로 제한한 원심 판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배당업무 담당 직원들의 과실에 대한 삼성증권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며 판단을 뒤집었다. 사용자책임을 추가로 인정하더라도 실제 배상해야 할 손해의 범위와 책임 비율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 회사 주식의 유통성, 환금성, 현행 주식거래시스템, 이 사건 대량매도 경위 등을 고려할 때 배당업무 담당 직원들로서는 이 사건 배당 오류로 피고 회사 주식이 전산입고될 경우 주식매도 직원들이 이에 대해 매도주문을 제출할 수 있고 그 매도주문에 따른 매도계약이 체결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며 “배당업무 담당 직원들의 업무상 과실과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배상받을 수 있는 손해에 대해서는 이 사건 사고가 시장에 직접 가한 충격으로 삼성증권 주가가 하락하면서 발생한 부분만 인정됐다. 사고 이후 장기간 주식을 처분하면서 발생한 손해나 보유 주식의 평가손실까지 배상 범위를 확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고 당일인 2018년 4월 6일부터 4월 10일까지 국민연금이 실제 처분한 삼성증권 주식의 매도가격과,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형성됐을 정상가격의 차액 상당을 손해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유지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