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서울시, 경의선숲길 사용료 421억 내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12일, 오전 11:28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서울시가 ‘경의선숲길공원’ 부지 사용료를 놓고 국토교통부 산하 국가철도공단과 벌인 421억원대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서울시는 공단과 체결한 협약을 근거로 공원이 존치하는 동안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의선숲길. (사진=뉴시스)
경의선숲길. (사진=뉴시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2일 서울시가 국가철도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경의선 복선전철화 사업 이후 지상에 조성된 경의선숲길공원의 부지 사용을 둘러싼 분쟁이다. 국가철도공단은 용산문화센터~가좌역 구간 중 국유지인 지상부지 약 9만9736㎡의 관리를 위탁받고 있다.

서울시와 공단은 2010년 12월 경의선 지상부지를 활용한 서울시의 경의선숲길 공원사업과 공단의 용산문화센터~공덕역 구간 역세권 개발사업에 상호 협조하기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공단은 서울시의 공원 조성을 위해 부지 사용 등에 협조하고, 서울시는 공단의 역세권 개발과 관련한 인·허가 등에 협조하는 내용이었다. 향후 국유재산 처리 등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 간 협의를 통해 합의하기로 했다.

이후 공단은 2011년 7월 서울시에 해당 부지를 5년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2016년에는 무상사용 기간을 1년 더 연장했지만, 2017년 7월 이후에는 갱신하지 않았다. 공단은 무상사용 기간 만료를 앞둔 2017년 5월 서울시에 향후 유상사용허가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서울시는 무상사용허가 기간 갱신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공단은 서울시가 2017년 7월 5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부지를 무단으로 점유했다며 2020년 1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총 421억2015만원 상당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국유재산법은 사용허가나 대부계약 없이 국유재산을 사용·수익하거나 점유한 경우 통상적인 사용료 또는 대부료의 120%에 상당하는 변상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단과 맺은 협약에 따라 경의선숲길공원이 존치하는 동안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양측이 체결한 협약이 경의선숲길공원이 존속하거나 국유재산 처리 등에 따라 소유권 변동이 이뤄지기 전까지 서울시에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권한을 부여한 약정으로서 구속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공원 관리·운영을 위해 해당 부지를 점유·사용할 법적 지위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뒤집혔다. 원심은 서울시가 협약 등을 근거로 공원이 존치하는 동안 부지를 무상으로 점유·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단의 변상금 부과가 신뢰보호원칙이나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는 서울시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국유재산을 점유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변상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면서도, 서울시는 이 사건 협약 등에 따라 그러한 법적 지위를 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공단이 서울시에 해당 부지를 계속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변상금 부과가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공단이 사용료를 산정하면서 자신이 사용하는 지하 부분의 점용료 또는 사용료 상당액을 공제하지 않은 것 역시 비례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유재산 사용료 면제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한 국유재산법 시행령 규정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해당 시행령이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거나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서울시는 상고심에서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에 따라 국유재산 무상사용허가가 의제됐다는 주장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 주장이 상고심에서 처음 제기돼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유재산 사용허가가 의제되려면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에 국유재산 사용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고 관계 행정기관과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서울시가 경의선숲길 공원사업 실시계획 작성 당시 무상사용허가에 관해 공단과 관련 규정에 따른 협의를 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로 서울시가 2017년 7월부터 2022년 말까지 경의선숲길 부지를 사용한 데 대해 공단이 부과한 약 421억원의 변상금 처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유재산 변상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유·사용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관한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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