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사옥(삼성증권 제공). © 뉴스1 박주평 기자
삼성증권(016360)이 '유령주식 배당 입력사고'로 손실을 본 국민연금공단에 손해배상액 18억여 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소 제기 7년여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2일 오전 10시 국민연금이 삼성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전체 손해액의 50%인 18억 6600만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삼성증권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50%로 제한한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고 판단해 상고를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삼성증권이 배당업무 담당 직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부담해야 할 여지가 크다고 했다.
대법원은 "배당업무 담당 직원들은 배당오류로 삼성증권 주식이 전산 입고될 경우 직원들이 매도주문을 제출할 수 있고 매도주문에 따른 매도계약이 체결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며 "직원들의 업무상 과실과 국민연금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했다.
다만 "손해는 사고가 직접 시장에 가한 충격으로 삼성증권 주식 가격이 하락해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입은 손해에 국한된다"며 손해배상 범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삼성증권 증권관리팀 담당자가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000원이 아닌 1000주로 잘못 입력하면서 시작됐다. 2018년 4월 6일 우리사주 조합원 2018명 증권계좌에 삼성증권 발행주식(8930만 주)의 30배가 넘는 28억 1295만 6000주가 입고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부 직원이 잘못 입고된 주식을 매도하면서 삼성증권 주가는 폭락했다. 주가는 장중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1.68% 하락한 3만 515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사고 발생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증권 주식 1123만 208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은 사고 당일부터 2018년 9월 28일까지 총 357만 4775주를 매도했다.
2019년 6월 국민연금은 사고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처분 주식의 매도 가격과 정상 가격의 차액 등 299억여 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2024년 8월 "삼성증권은 국민연금에 18억 6600만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증권은 배당의 과·오지급 등 위험을 방지할 수 있도록 배당 업무의 절차, 요건 등에 관한 내부적 처리 기준이나 방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에도 처리 기준이나 방침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손해배상 대상이 되는 주식거래 범위는 사고 당일인 2018년 4월 6일부터 이 사건 사고가 직접 시장에 영향을 미친 2018년 4월 10일까지 실제 이루어진 거래에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배당 직원들의 의도하지 않은 오류나 매도 직원들의 개인적인 부정이 개재돼 발생한 것으로 국민연금의 손해를 모두 삼성증권에 책임지게 하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삼성증권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국민연금과 삼성증권 모두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지난 1월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삼성증권 잘못으로 주가가 폭락해 손해를 봤다"며 삼성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개인 투자자 A 씨도 일부 승소를 확정받았다.
1심은 삼성증권이 내부통제 기준과 위험관리 기준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사후 대응 조치도 미흡했다고 판단하며 A 씨 손해액을 5704만여 원으로 정했다.
다만 주식 변동 요인이 다양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삼성증권의 책임을 50%로 정하고 A 씨에게 손해액(5704만여 원)의 절반인 2852만여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삼성증권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지난달 16일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판결에 법 위반 등 사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본안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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