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도 타들어 가고 손님도 안 와요"…폭염 여파 꽃시장 시름

사회

뉴스1,

2026년 8월 12일, 오후 01:42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꽃시장에서 한 상인이 에어컨 없이 선풍기와 파라솔에 의지해 더위를 식히며 가게를 지키고 있다. 2026.8.12/뉴스1 © News1 소봄이 기자

12일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종로 꽃시장'. 입추가 지난 뒤 아침 공기는 한결 선선해졌지만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하자 노점 주변은 금세 뜨거워졌다. 상인들은 하나둘 문을 열고 화분을 밖으로 내놓은 뒤 연신 물을 뿌렸다.

이날 오전 기상청 지역별상세관측자료(AWS)에서 측정된 동대문구 기온은 27도 안팎이었다. 바람까지 불어 그늘에서는 비교적 시원하게 느껴졌지만 햇볕을 그대로 받는 아스팔트 위에서는 열기가 느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볕도 점점 따가워졌다.

서울시는 지난 2010년 종로 일대에 흩어져 있던 꽃·묘목 노점을 모아 이곳에 노점 특화 거리를 조성했다. 노점 특성상 대부분 에어컨 없이 선풍기나 파라솔 등에 의존해 여름을 나고 있다.

노점은 사방이 트여 있거나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에어컨을 설치하더라도 냉방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20년째 이곳에서 장사하고 있다는 윤명섭 씨(70)는 "아침 9시부터 뜨거워진다"며 "올해는 너무 더워 손님들도 거리에 나오지 않고, 장사하러 나오지 않은 상인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윤 씨는 "화초도 많이 죽고 이파리가 타버렸다"며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수백만 원에 이른다고 했다. 여름은 원래 꽃 장사의 비수기지만 윤 씨는 "올해가 가장 더운 것 같다"고 했다.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꽃시장의 한 노점에 폭염으로 잎이 말라 죽은 묘목이 놓여 있다.2026.8.12/뉴스1 © News1 소봄이 기자

30년가량 꽃 장사를 해온 백 모 씨(71)의 사정도 비슷했다. 파주에서 종로까지 출퇴근하는 백 씨는 폭염과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교통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날이 있다고 토로했다.

백 씨는 "더운 건 계절이 그러니까 참을 수 있다"면서도 "손님을 하루 종일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전날(11일)에도 하루 종일 가게를 지키다 문을 닫기 직전 1만원짜리 상품 하나를 파는 데 그쳤다고 했다.

백 씨의 노점 한쪽에는 폭염을 견디지 못해 잎이 갈색으로 말라버린 묘목들이 놓여 있었다. 일부는 한 그루에 3만원가량에 판매하던 것으로, 한번 죽으면 다시 살릴 수 없다는 게 백 씨의 설명이다.

이날 오전 9시 15분쯤 첫 손님이 찾아오자 백 씨는 "원가로 드릴게. 1만 5000원이면 원가야"라며 화분을 권했다.

40년 가까이 꽃 장사를 했다는 안대성 씨(73)도 올해 여름은 유독 힘들다고 했다.

매년 여름마다 이 정도로 장사가 어려웠느냐는 질문에 안 씨는 "아니, 처음"이라며 "경기도 안 좋고 이런 더위도 없었다. 더우니까 사람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안 씨는 "한창 더울 땐 여기 안에 있으면 얼굴이 그냥 화끈화끈했다"며 "에어컨이 없으니 선풍기를 강하게 틀어놓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고온에 시든 식물은 상품성이 떨어져 손해로 이어졌다며 "야생화의 경우 시든 부분을 잘라 다시 심으면 이듬해 꽃을 피울 수 있지만, 폭염 속에서는 보관과 관리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입추가 지나면서 아침저녁 더위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한낮에는 여전히 무덥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낮 최고기온은 25~33도로, 서울은 32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일부 경기도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당분간 수도권과 충남권,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안팎까지 오를 전망이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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