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환수 소송 승률 96%…얼마 환수했는지조차 몰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14일, 오전 04:02

[이데일리 백주아 성가현 기자] 친일반민족행위자와 후손의 재산을 국고로 귀속시키기 위한 친일재산조사위원회(조사위)가 오는 12월 다시 문을 연다. 2010년 이후 사실상 16년간 멈춰있던 국가 차원의 친일재산환수 움직임이다.

조사위 출범을 위해 제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 등에 관한 특별법’(친일재산귀속특별법)은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였던 ‘처분한 친일재산’에 주목해 재산을 팔아 얻은 처분 대가까지 국가가 환수할 수 있는 근거를 명문화했다는 점이 다르다.

법무부는 지난 6월 22일 ‘친일재산조사위원회 설립준비단’ 발족식을 열고 이영창(사법연수원 33기) 검사를 단장으로 임명하며 시행 초읽기에 돌입했다. 설립준비단은 국무총리훈령(제476호)에 따라 법무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국가보훈부, 산림청 등 관계 부처 인력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올해 말까지 △친일재산귀속 특별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 등 법제 정비 △위원회 조직 설계와 사무처 설치 △조사 인력·예산 확보 △친일재산 조사 착수를 위한 자료 수집과 조사 방법론 마련 등을 맡는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그래픽= 이미나 기자)
◇4년간 2373억 환수 그쳐…특별법 핵심은 ‘처분대가 환수’

특별법에 기처분한 친일재산까지 환수하겠다는 건 그동안 친일재산이 이미 제3자에게 처분돼 원물 환수가 어려워졌을 때 국가가 건건이 민사소송 등을 통해 매각대금이나 보상금 반환을 청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복잡한 소유관계와 입증 부담 탓에 실질적인 환수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김 의원은 “실질적인 매각 대금, 그 이익금 자체를 환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가 법무부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출범한 1기 조사위는 2010년 7월 12일 해산까지 4년간 활동하며 168명·2359필지에 대해 국가귀속결정을, 24명·116필지에는 친일재산확인결정을 내렸다. 이를 통해 환수한 재산은 약 2373억원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김 의원실에 따르면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확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1006명 가운데 실제 재산 환수로 이어진 사례는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 의원은 “그동안 국가보훈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해 관리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챙기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앞선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을 새로 출범할 2기 조사위가 법적 승계할지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특별법 제·개정 취지 및 1기 위원회 활동내역 등을 고려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친일재산귀속 특별법은 민간 제보를 활용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긴 세월 차명 보유나 증여, 복잡한 거래 등이 이어지면서 그간 국가 직권으로 이뤄졌던 친일재산 조사가 한계를 드러낸 데 따른 조치다. 친일재산을 국가 귀속하는 데 기여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며 지급 대상과 기준, 규모 등 세부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김 의원은 “국세청 등도 포상금 제도를 통해 내부 제보를 받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세금을 추징한 사례가 있다”며 “친일반민족행위자 후손들의 차명 부동산이나 교묘하게 숨겨놓은 재산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6월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의 출범 준비를 담당할 설립준비단을 발족했다. 정성호(왼쪽에서 네 번째) 법무부 장관과 설립준비단 관계자들이 조사위원회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법무부)
법무부는 지난 6월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의 출범 준비를 담당할 설립준비단을 발족했다. 정성호(왼쪽에서 네 번째) 법무부 장관과 설립준비단 관계자들이 조사위원회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법무부)
◇16년간 환수 관련 소송 승소율 96%…환수액은 모른다?

김 의원은 2기 조사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사권의 실질적 보장’이 관건이라고 봤다. 4년 시한에 묶여 흐지부지됐던 1기 조사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예산·인력뿐 아니라 조사권의 실질적 보장이 담보돼야 한다는 의미다.

1차 조사위 해산 이후 소송은 법무부, 귀속·관리는 국가보훈부로 업무가 각각 나뉘면서 환수작업을 주도할 주체가 사라졌다. 조사위에 국가기관 자료제출 요구권한, 협조 의무화 등 실질·강제성 있는 조사권을 부여해 환수의 실제 집행을 이끌어야 한단 취지다.

그는 “새로운 조사위 활동의 중요한 부분이 바로 조사권한”이라며 “제보를 통해 알지 못했던 내용을 받고자 하는 조항도 넣었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환수하려면 조사권을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기 조사위 해산 이후 법무부가 승계한 친일재산 환수 관련 소송은 96%(2010년 7월부터 이달까지 확정 판결 기준 105건 중 101건 승소)의 승소율을 기록했지만 정작 중요한 환수규모에 대한 통계는 법무부나 캠코 모두 파악도 못하고 있다. 법무부는 확정판결 이후 국가귀속 절차는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보훈부가 담당하기 때문에 실제 환수된 액수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환수한 친일재산 및 처분대가는 특별법에 따라 ‘순국선열·애국지사사업기금’에 우선 사용할 예정이다. 기금은 독립유공자와 유족의 생활 안정 지원은 물론 독립운동 사료 발굴과 조사·연구, 독립정신 계승을 위한 교육·기념사업 등에 활용된다.

김 의원은 “환수 재산은 실제 경제적 사각지대에 놓인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실질적인 생활 안정과 독립운동 사료 발굴 사업에 집중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국회에서도 기금이 본래 취지에 맞게 사용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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