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3평(10㎡) 남짓한 고시텔을 벗어나기 위한 현실적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취업문이 더 좁아지고 있어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7월 청년층 취업자(15~29세)는 344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19만1000명 줄면서 2022년 11월 이후 3년 9개월 연속 감소했다. 같은 기간 청년층 고용률은 44.2%로 1.6%포인트 하락했고 실업률은 6.8%로 1.3%포인트 상승했다. 실업률 상승폭은 2021년 1월(1.8%포인트)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크다. 수시·직무 중심의 경력직(중고신입) 채용 선호,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대체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더 큰 문제는 극적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또 다른 지옥문이 열린다는 점이다. 3%를 넘나드는 물가 등을 감안하면 월급은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첫 일자리 취업 당시 월급은 ‘월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이 42.1%로 가장 많았다. 이 정도 급여로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주택청약, 정기적금 등은 꿈도 못 꾸는 게 현실이다. 청년 1인 가구가 월세, 공과금, 식비 등을 스스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다. 여기에 학자금 대출, 신용대출까지 갚고 나면 되레 마이너스다. 부모 찬스 없이는 자립 기반을 구축할 수 없는 셈이다.
계층간 이동 사다리가 끊어지면서 2030의 허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 영향’에 따르면 순자산과 소득이 최하위인 1분위 가구 중 청년층(20~30대) 비율이 2020년 7.9%에서 지난해 15.2%로 확대됐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가계의 부동산 보유별·지역별·세대별 자산과 소득 격차가 확대되면서 자산 기반이 취약한 청년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월급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자산 형성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상승에 뒤늦게 직접 투자 또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빚투’했다 ‘빚만 졌다’는 청년들의 푸념이 커뮤니티를 도배하고 있다. 당장 다음 달 내야 할 월세와 결혼자금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청년들은 순진하게 ‘빚투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는 정책 당국자의 말만 믿었을 뿐인데 결국 더 큰 빚을 떠안게 됐다. 세대 내 또는 세대 간 벌어지는 자산 격차 확대와 맞물린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가 부른 비극이다.
그런데 도시공학 박사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폐버스 주택’을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한 글은 청년들을 분노케 했다. 청년들은 “청년 난민 만들려는 거냐” 등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이번 ‘버스 하우스’ 발언이 여당 전체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청년 정책에 대한 단편적인 시각이 당내에 깔려 있음을 보여준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청년 정책은 교육, 취업, 결혼 등 생애주기별 다양한 관점에서 복합적인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어느 하나 삐끗하면 시간은 물론 예산과 인력만 낭비할 뿐이다. 당정이 머리를 맞대고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세심한 정책 설계에 나서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지금 미래 경제 주체인 청년들에게 ‘성공의 희망’을 주지 않는다면 국가의 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취업 걱정 없고 내 집 마련이 쉽고 자녀 낳기 좋은 사회 만들기가 이렇게 어렵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