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대 줄여 수사인력 채우는 경찰…"집회·시위 줄어든 거 아닌데"

사회

뉴스1,

2026년 8월 14일, 오전 06:00

5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경찰들이 투표함 반출을 막는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2026.6.5 © 뉴스1 김도우 기자

경찰이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인한 수사 업무 증가에 대비해 기동대 인력을 줄이기로 한 가운데, 현장 경찰 사이에선 기동대 업무의 가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기동대 130개 부대의 정원을 10% 줄여 확보한 인력을 수사와 민생치안 등 분야에 재배치하는 내용의 '경찰 인력 운영 효율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감축되는 기동대 정원 수는 총 1040명이다. 경찰이 하반기 인사에 맞춰 기동대를 줄여 881명을 수사 인력으로 보강하겠다고 밝힌 후 추가 감축 계획도 드러난 것이다. 시설부대 8개를 제외한 130개 부대의 정원이 각각 80명에서 72명으로 줄어든다.

이같은 조치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인해 경찰이 수사해야 할 사건 수가 늘어남에 따른 것이다. 앞서 범여권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사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민생 사건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은 없는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기동대 업무 부담과 인력 부족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신규 채용을 통한 인력 확충이 아니라서, 결국 경찰 1인당 업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종로경찰서 소속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집회·시위는 갈수록 더 늘고 있고 지금도 기동대 한 달 초과근무가 100시간 이상씩 동원되고 있다"며 "기동대 인원을 줄이면, 결국 남은 사람들이 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하는 B 씨도 "기동대 인원이 줄어들면 지구대·파출소 인력을 빼내 간다"며 "우리 인력도 별로 없는데 이리 빼내고, 저리 빼내는 식이라 백날 이야기해 봐야 소용이 없다"고 토로했다.

기동대 정원 축소로 인한 업무 과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대별 기동대 정원은 2008년 108명, 2017년 96명, 2023년 84명 등 매년 축소되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그런데도 경찰이 부대를 폐지하기보단 부대 정원을 일괄적으로 축소하기로 한 것은 현행 138개 기동대 부대 체계도 기동대 인력 운용을 위한 최소한의 규모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김연수 동국대 범죄학 교수가 경찰청 용역을 받아 지난 6월 23일 작성한 '적정 경찰관기동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평시 상황에 필요한 기동 부대는 149.5개, 최대 과부하 상황에선 348.1개로 늘어난다.

연도별 집회시위 발생 현황(경찰통계연보)


하지만 기동대 부대 개수만큼 부대별 기동대원 최소 인원이 확보되는 것도 업무 효율성을 위해 중요하다.

김 교수는 "기동대 인력 규모가 감소한 상황에서 전국 단위 외부 지원이 반복될 경우, 경찰관의 충분한 휴식과 회복이 보장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기동대가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부대별 최소 운용 인원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예전보다 집회·시위에서 폭력 사태나 불법 행위가 줄어들었다곤 하지만 기동대가 관리해야 할 현장의 발생 빈도 총량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최근 몇 년간은 탄핵·비상계엄 등 정치적 사안과 젠더·노동 문제 등 사회적 갈등들과 관련해 다양한 집회·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경찰력을 동원해야 하는 집회·시위 건수는 2010년 8811건, 2015년 1만 1311건, 2020년 1만 2465건, 2024년 1만 287건 등으로 십수년간 1만건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동대 인원을 줄이는 것은 현장 경찰들의 피로도만 높일 뿐이며, 수사 인력 확충을 위해선 궁극적으로 조직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동대 인원이 줄어서 구멍이 뚫려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여기에 있는 돌을 빼서 저기에 박는 식"이라며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한 수사 부담이 경찰에게 쏠릴 텐데, 수사 베테랑을 수사 분야에 보내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머리 숫자를 채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 인력을 확보하려면 기동대에서 빼갈 게 아니라 경찰 계급 구조와 조직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한국 경찰 계급이 총 11개인데 경위까지 아래 계급을 제외하곤 다 관리·감독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경찰의 수가 적진 않은데 행정인력 낭비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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