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국어논술학원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입시 설명회 일정을 공지한 모습.2026.08.14.© 뉴스1 안소연 기자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독서논술 학원 앞. 초등학교 여름방학 기간이었지만 10살 딸아이의 손을 잡은 한 여성이 학원 쪽으로 발걸음했다.
이 여성은 "우리 딸은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인데 논술학원에 다니고 있다"며 "수능도 서술형으로 바뀐다는데 어릴 때부터 책이랑 친해지고 글쓰기를 많이 시켜야 할 것 같아서 학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논술형 문제를 수능에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교육계도 술렁이고 있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입시제도 개편이 사교육 확대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지만, 이미 학원가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일찌감치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부 포착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 능력 길러야"…초등생부터 바쁜 대치동
이날 대치동 학원가는 방학을 맞아 보충 수업을 받고자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대입제도 개편으로 논술 대비에 힘이 실리면서 직접적인 영향권 외에도 입시 생태계 전반적으로 논술 수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분위기다.
8살 아이와 함께 이곳 학원가를 지나던 학부모는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라 아직은 논술 학원을 안 다니는데 수능이 바뀐다는 소식도 있어서 곧 보내려 한다"며 "대치동에 몇 달 전 이사 왔는데 주변을 보니 초등학교 5학년 정도가 되면 논술은 기본으로 시킨다더라"고 귀띔했다.
국어학원에 수업을 들으러 나온 김민규 군(18)은 "지금 고등학생에겐 적용이 안 되겠지만 수능이 논술형으로 바뀐다는 소식은 들었다"며 "요즘 유명한 학원 강사들은 신규생을 위한 논술반을 하나씩 더 만들고 있더라"고 전했다.
경기 남양주의 한 독서논술 학원은 최근 블로그에 '초·중등 대비책'이란 제목으로 수능 서·논술형 평가 체계에 맞춘 수업 광고 글을 올렸다. 대입제도 개편을 추진 소식에 발맞춰 관련 광고를 준비한 것이다.
학원 원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개편안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새로운 소식이다보니 학부모들에게 관련 정보를 발빠르게 전달하려 했다"며 "원래도 논술을 가르치는 학원이지만 개편안 흐름에 따라 수업을 더 확충하거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제8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날 AI시대 미래교육방향 국민의견수렴 분석 결과 보고 등을 논의했다. 2026.8.13 © 뉴스1 김명섭 기자
학원가 '논술형 수능' 주시…학부모 "결국 학원 더 찾을 것"
학원가 역시 입시제도 개편 움직임을 주시하는 모양새다. 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대비 수업을 본격 늘리진 않았지만, 향후 학부모와 학생 수요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치동에서 국어논술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은 "우린 중학교 1학년부터 받고 있는데 학부모들은 확실히 논술 수업을 많이 시키려는 분위기"라며 "수능에 논술형이 생겨도 당장 적용은 아니니 두고 봐야겠지만, 교육 정책이 어떻게 바뀌는지는 민감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개편안에 대비하려 하면서도, 다녀야 할 학원만 하나 더 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입시 정보 공유 카페나 맘카페 등에도 이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가 "지금 중3 선행 수업을 들으려 했는데 수능이 논술형으로 바뀌면 논술 수업부터 추가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글을 올리자, 다른 학부모는 "최근 들어 독서나 논술학원 글이 많아진 걸 보면 사교육 시장만 불탈 것 같다"고 답글을 남겼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서·논술형 문제의 채점 기준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온라인으로 운영 중인 국민의견플랫폼에는 수능 서·논술형 시험 확대를 숙고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이 여럿 올라와 있다.
한 건의자는 "서술형 답안에서 글씨를 잘못 쓰거나 문장부호를 빼먹으면 감점이 될 것이고, 인공지능(AI)이 평가를 해도 모범답안과 다르면 만점을 받지 못할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건의자 역시 "채점자도 공정하게 채점하려면 정해진 답안이 필요하고, 모범답안이 없다면 편파적인 채점 방식이 나타나 공정성을 해칠 것"이라며 "결국 학생들은 창의적인 답안을 써내는 게 아니라 논술형 평가에 맞춰 답을 외우고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서·논술형 답변의 작성 기준과 채점 방식 주관적이고 모호한 만큼, 수능에 도입되면 모범답안을 찾기 위한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본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능 논술형 시험은 누가 어떤 문제를 어떻게 낼지 합의가 되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주관적인 평가 방식"이라며 "모호한 상황에서는 학부모들이 학원에 기대면서 사교육 수요가 폭증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be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