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 간' 스퀴시, 매국노엔 '쪽쪽이'…친일파 조롱 광복절 신풍속도

사회

뉴스1,

2026년 8월 15일, 오전 06:30


'제1회 친일파 척결 카페-매국노 조롱잔치'에서 선보일 굿즈와 증정품. (김하은 씨 제공) © 뉴스1

이완용의 '간'을 손으로 조물조물 주무르고, 얼굴을 찌그러뜨린 컵 받침 위에는 음료를 올려놓는다. 을사늑약 체결 당시 만 35세로 '최연소 매국노'였던 이지용의 입에는 아기용 쪽쪽이를 물렸다.

15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부터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인근 카페 '옥바'에서 '제1회 친일파 척결 카페-매국노 조롱잔치'가 열린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생일 카페'를 기획해 온 이들이 광복절을 맞아 친일 행적을 풍자하고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로 마련한 행사다.

행사에서는 친일 인사와 역사적 소재를 밈으로 재해석한 음료와 굿즈를 선보인다. 오미자차에는 '왜군 블러드 레드', 대추차에는 '매국노대추풍낙엽차'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완용의 간을 형상화한 스퀴시(손으로 주무르며 노는 말랑한 장난감)와 얼굴을 찌그러뜨린 컵 받침, 세종대왕의 유언을 활용한 키링, 거북선을 형상화한 클리커(누르면 '딸깍' 소리가 나는 장난감) 등도 마련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완용의 간을 본뜬 스퀴시다. 행사를 기획한 김하은 씨는 뉴스1에 "일제에 간이고 쓸개고 다 빼다 준 이완용의 간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함께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하던 기획진은 두 인물 모두 일본을 경계했다는 공통점에 착안해 광복절 친일파 조롱 행사로 방향을 틀었다. 민감한 역사적 사실과 인물을 다루는 만큼 굿즈와 증정품은 의친왕기념사업회의 검수를 거쳐 제작했다.

김 씨는 이번 행사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광복절마다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좋은 행사가 많이 열리지만, 개인으로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했다"며 "친일파를 B급으로 조롱하면 사람들이 즐기면서도 친일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람들이 불쾌하거나 거북하지 않도록 너무 징그럽거나 잔인하지 않은 선에서 조롱하려고 했다"며 "역사적 사실을 하나하나 알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인식이 바뀌는 거다. 친일파를 청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조금이라도 더 각인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1회 친일파 척결 카페-매국노 조롱잔치'에서 선보일 이완용의 간을 형상화한 스퀴시. (김하은 씨 제공) © 뉴스1

전문가는 밈과 굿즈처럼 재미를 앞세운 방식도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하는 '입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김보림 충북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역사는 언제나 그 시대 사람들이 익숙한 매체와 문화적 방식으로 소비되고 재해석돼 왔다"며 "과거에는 위인전이나 역사소설, 사극이 그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유튜브나 숏폼, 밈, 굿즈, 팬덤 문화가 그 역할의 일부를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종대왕의 생일 카페에 가고, 이순신 장군의 굿즈를 사고,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밈을 공유하면서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것도 오늘날의 새로운 역사 문화"라고 했다.

다만 짧고 직관적인 콘텐츠의 특성상 복잡한 역사를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고, 재미있는 이미지나 캐릭터만 남아 정작 역사적 맥락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재미를 위해 어느 정도 과장이나 재해석은 가능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사실을 만들어내거나 역사적 맥락을 완전히 뒤집어서는 곤란하다"며 "이를 보고 '정말 그랬을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스스로 찾아보기 시작한다면 훌륭한 학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적 인물을 지나치게 영웅이나 악인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해서는 안 된다"며 "역사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했으며 그 선택을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5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인근 카페 '옥바'에서 '제1회 친일파 척결 카페-매국노 조롱잔치'가 열린다. (엑스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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