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태극기 게양' 사라진다…'태극기부대' 부정적 인식도 영향

사회

뉴스1,

2026년 8월 15일, 오전 07:00

14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깃발 업체에서 대한민국국기홍보중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래원 씨가 판매 중인 태극기와 태극기 상품이 담긴 상자를 설명하는 모습. 2026.8.14 © 뉴스1 유채연 기자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서울 종로구 관수동 휘장상가. 1950년대부터 휘장 제작 업체가 모여들며 한때 국내 최대 '태극기 상권'을 형성했지만, 이날 휘장상가 일대에선 태극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상가 건물과 주택을 막론하고 태극기를 내건 곳이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가게들 가운데도 쇼윈도에 태극기를 진열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휘장상가가 위치한 종로 5가 일대 대로에 나서면 그제야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건 태극기를 찾아볼 수 있었다.

상인들에 따르면 현재 휘장상가에 태극기를 취급하는 가게는 두어 곳 남았다. 휘장상가의 한 상인은 "태극기를 찾는 사람이 없으니 (다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휘장상가 인근에서 태극기를 비롯한 국기와 명패 등을 판매 중인 이래원 대한민국국기홍보중앙회 회장(82·남)은 "광복절을 앞두고 집계해 봤을 때 단독주택은 태극기를 꽂는 시설 자체를 안 해놓는 경우가 많았고 아파트도 내거는 비율이 0%대"라며 "10여년 전엔 광복절이면 태극기 판매량이 10배 이상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3시쯤 기준 이 회장의 가게를 찾은 손님은 세 명. 시위 현장에서 태극기를 판매하기 위해 찾은 소매상을 제외하면 두 명만이 광복절에 태극기를 걸기 위해 가게를 찾았다.

지자체나 단체 주문을 제외하면 정용 태극기는 수요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 이 회장 내외의 설명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이전엔 인근 인사동의 가게에서도 가정용 태극기를 20개들이 박스로 가져갔었다"며 "원래 3·1절, 광복절, 10월 3일엔 주문이 엄청 들어왔는데 이젠 광복절 특수 같은 건 아예 없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휘장 상가에서 태극기를 판매 중인 한 깃발 업체 관계자도 "태극기를 찾아오는 소매 손님은 아예 없다"며 "20~30년 전엔 광복절이면300개, 500개 단위로 몇천개씩 나갔다"고 말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한적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 휘장상가. 2026.8.14 © 뉴스1 유채 기자

상인들에 따르면 태극기 판매 부진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가장 큰 요인은 저렴한 중국산 태극기다. 한 장 4000~5000원 수준인 국산품보다 약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 중국산 태극기로 인해 국내 태극기 공장이 문을 닫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국산품은 원단이 다르고 태극 색도 (해외 생산품은) 우리만큼 정확하지 않은데 전문가가 아니면 색 배합을 못 알아보다 보니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부 극우 시위 등에서 '태극기 부대'가 등장하며 태극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상가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과 상인들은 무엇보다도 태극기 게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자체가 바뀌어가는 점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매년 태극기를 걸어왔다는 서울 서초구 주민 김 모 씨(76·남)는 "옛날엔 남대문 시장, 문방구 등에서 흔히 팔았는데 이젠 파는 데가 어딘질 몰라 인공지능(AI)에 물어 겨우 찾아왔다"며 "국기를 숭배할 필요는 없어도 태극기를 사랑해야 하는데, 지금은 태극기를 소홀히 여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김 씨는 "10여년 전만 해도 아파트 70~80%에 태극기가 달렸는데 이젠 많아야 30% 정도 다는 것 같다"며 "국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태극기를 사러 온 장 모 씨(56·남)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국기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랑스러운 게 아닌 당연한 일"이라며 "광복이 없었으면 제가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회장은 "태극기에는 여야가 없다고 호소하고 싶다"며 "중요한 것은 태극기가 우리나라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소신껏 게양해야 한다"고 했다.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창의융합학부 교수는 "오프라인상에서의 게양률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중국산 태극기가 온라인 마켓 등에 대부분 올라와 있다 보니 가격 측면에서 소비자는 가성비를 안 따질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대한민국의 상징인 태극기만큼은 국산품을 애용하는 취지를 담는다면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서 교수는 "'나 혼자 국기 게양 안 하면 어때'라는 생각이 아니라, 국경일에 맞춰 태극기를 게양하는 작은 실천 하나를 통해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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