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의 일방적인 자진 폐교 신청으로 충격을 받은 건동대학교 학생과 교직원 100여명이 18일 경북 안동에서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날 경북 안동시청과 백암재단을 항의 방문하고 재단 측의 폐교 신청 철회를 요구했다. 2012.5.18 © 뉴스1
학령인구 감소와 경영난에도 문을 닫지 못하고 명맥만 유지하던 사립 '좀비대학'의 퇴로가 열렸다. 법적으로 사학법인이나 설립자 보유자산을 처분할 수 있는 기준이 완화되면서다.
이를 기점으로 흔들리는 사학법인과 대학 설립자들이 잇따라 폐교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운영 여력이 있는데도 자산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폐교를 추진할 대학이 나올 수 있어 현장은 뒤숭숭한 상황이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사립대학구조개선법)이 이날부터 시행된다.
사립대학구조개선법은 정부가 재정난을 겪는 경영 위기 사립대에 신입생 모집정지와 폐교·해산 등을 명령할 수 있고 대학 청산 후 남은 재산 일부를 설립자에게 돌려줘 부실 대학들이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사립대학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가 가능해진다는 게 핵심이다. 법 시행 전에는 경영 위기 대학으로 지정돼도 신·편입생 국가장학금 지원 중단 등 간접적 패널티만 있는 데다, 법인이나 설립자의 자산 처분 기준도 너무 높아 구조조정은커녕 좀비대학만 양산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자발적으로 문을 닫은 대학은 전체 폐교 대학 22곳 중 6곳뿐이었다.
법 시행에 따라 경영 위기 대학으로 지정되면 사학진흥재단의 경영 조언을 받아 이행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교육부 위탁을 받은 사학진흥재단은 사립대 구조개선 전담 기관 역할을 한다.
대학이 구조개선 이행계획을 수행하면 보유자산 처분 기준과 교원 확보율 기준, 적립금 사용 목적 제한 등 규제를 완화해 준다. 법인 및 설립자가 교직원 위로금 등을 지급하고 남은 재산의 일부를 해산정리금으로 받거나 공익법인 혹은 사회복지법인으로 출연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법인이나 설립자 입장에서는 잔여재산을 확보할 기회가 생긴 만큼 법 시행 직후 자발적인 폐교를 추진하는 대학이 속속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지방에 소재한 석·박사 과정 운영 대학원대학과 종교·사회복지 관련 대학 등이 자진 폐교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유형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접근성 등의 이유로 신입생 모집이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입장에서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교육부 차원에서는 폐교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법적 근거 조항은 생겼기 때문에 고민하는 대학은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경영 상황이 좋지 않지만 운영 여력은 있는 이른바 경계선 대학의 선제적 폐교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현장에서는 거점 국립대와 인접하거나 이름이 제법 알려진 일반 사립대 등도 폐교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간이 갈수록 대학의 자산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법인이나 설립자들이 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인정받을 때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송주명 교수노조 위원장은 "해당 법을 보면 정부가 경영 위기 대학의 폐교 여부를 판단하는 것 외에도 학교 구성원들이 결의를 할 경우 폐교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놨다"라며 "어려워도 운영할 능력은 있는 사학이 자산가치가 그나마 있을 때 학교 구성원들을 움직여 폐교를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폐교를 추진할 경우 다수 구성원의 피해가 있을 수 있다"며 "구조조정의 비용을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계 관계자는 "사립대학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1호 폐교 대학'이 어떤 방식으로 정리될지에 따라 구조조정의 방향도 갈릴 것"이라며 "1호 폐교 대학이 나오기 전 충분한 대응 시나리오를 미리 마련해 두지 않는다면 적잖은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kjh7@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