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닭한마리 운영' 할머니 울상…폭염·고물가에"복날 특수 없었다"

사회

뉴스1,

2026년 8월 16일, 오전 06:00

말복인 14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보신탕거리가 손님 없이 휑한 모습. 2026.8.14 © 뉴스1 한수민 수습기자


"요즘은 복날 이런 것도 없어. 올해 폭염에 손님이 3분의 1은 줄어든 것 같아."
말복을 맞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에서 3대째 닭한마리집을 운영하는 안복순 씨(71·여)는 "복날인데 100마리 정도만 팔 거라 예상하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안 씨는 "이번 여름엔 하루 40마리씩만 팔렸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날도 덥고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손님들이 안 온다"고 토로했다.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자영업자들은 이번 여름 복날 특수는커녕 손님이 평소에도 많이 줄어 장사가 힘들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경기에 고물가와 폭염이 겹쳐 외식하려는 시민들이 줄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폭염으로 인해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의 이중고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 씨는 신진시장에서만 51년째 장사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 장사가 안되는 여름은 처음이었다고 털어놨다. 안 씨는 "원래 장사 안되는 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을 걷더니 지금은 그냥 버티고 있다"며 "식자재비도 오른 데다가, 복날에도 장사 안되는 건 똑같다. 그나마 외국인들이 찾아오니까 버티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날 오전 9시쯤 신진시장은 손님 없이 한산했다. 식당들에는 '더위 한정 메뉴', '말복'이라는 팻말이 붙었지만,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식당 직원과 식재료를 납품하는 이들뿐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식사하러 온 손님들이 속속 보였지만 상인들은 지난해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인들은 손님은 줄었는데 재료비는 올랐다고 토로했다. 38년간 신진시장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60대 기 모 씨는 "지난해 아침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쭉 늘어서서 거리가 꽉 찼는데 지금 장사가 너무 안된다"며 "여름에 더워서 시원한 음식을 먹는 건지 모르겠지만,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오르고 재료비도 올랐으니 장사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폭염으로 인해 시금치, 상추, 오이 등 농산물 가격이 한 달 전보다 2.5배 수준으로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시금치 100g의 평균 소매 가격은 1974원으로 한 달 전(852원)보다 131.6% 올랐다. 같은 기간 열무(1㎏)는 4115원으로 74%, 상추(100g)는 1627원으로 42.59%, 오이(10개)는 1만 859원으로 45.27% 각각 올랐다.

폭염이 장기화할 경우 폐사 가축이 늘면서 축산물 가격이 오를 거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 7일 기준 폭염으로 가축재해보험에 신고된 폐사 가축은 90만 1602마리인데, 이 가운데 약 95%인 85만 6220마리가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 해당한다.

말복인 14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닭한마리 거리의 모습. 2026.8.14 © 뉴스1 한수민 수습기자


내년 2월부터 개고기 유통·판매가 금지되면서, 마지막 복날을 맞게 된 보신탕집들도 '복날 특수가 없었다'고 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신진시장에서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박찬종 씨(64·남)는 "이제 보신탕집 없어진다고 하니까 호기심에 찾아오는 사람은 있지만, 손님이 작년보다도 많이 줄었다"며 "나라에서 없애라고 하고 이제는 육견을 키우는 사람들도 없어서 오늘이 사실상 마지막 복날인데, 이후엔 업종을 바꾸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70대 김 모 씨도 "나라에서 개고기 식용을 금지하니 인식이 안 좋아서 그런지 점점 더 사람이 줄어든다"며 "복날이라 특별히 오는 사람도 이제 없다"고 했다.

복날 특수가 점점 사라지는 것은, 복날에 보양식을 먹어야 한단 인식이 예전보다 흐려진 영향도 있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굳이 비싼 보양식을 안 사 먹기도 하고,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이들이 늘었다.

이날 신진시장 닭한마리집을 방문한 유구선 씨(90·남)는 "복날이라 온 건 딱히 아니다"며 "아무래도 요즘엔 먹을 게 많아졌으니 굳이 보양식을 찾아서 먹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엔 이상기후로 더위가 길어지고 기온은 높아지기 때문에 예전처럼 시민들이 복날에 의미부여를 하지는 않고 지나가는 절기로 느낀다"며 "또한 닭 등 보양식을 일상적으로 먹고 있기 때문에 복날에 뭘 먹어야 한다는 정형화된 관념은 많이 없어지고 있고, 물가로 인해 외식보단 집에서 만드는 밀키트 등을 먹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2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채소 판매대에 양배추와 상추 등 채소가 진열돼 있다.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잎채소를 중심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가공식품 가격도 잇따라 인상되며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2026.7.29 © 뉴스1 이종수 기자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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