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 뉴스1
허리 통증으로 척추 수술을 받은 뒤 하지 마비 증상 등이 나타난 환자가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의료진의 과실을 추정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환자 A 씨가 병원 운영자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8년 4월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으로 이 병원에 방문했다. 비수술 치료에도 증상이 이어지자 의료진은 같은 해 5월 요추 2~3번 추간판 절제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A씨는 수술 직후 양쪽 다리 저림과 오른쪽 다리 마비, 배변 장애 등을 호소했다. 의료진은 주사 치료를 했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자 약 한 달 뒤 후속 수술을 했다.
후속 수술 뒤에도 증상이 계속되자 A 씨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 재활치료를 이어갔다. 법원 신체감정의들은 A 씨의 증상이 마미증후군에 부합한다는 소견을 냈다.
마미(馬尾) 증후군이란 척추 아래쪽의 말꼬리 모양 신경다발이 압박·손상돼 다리 마비·저림과 배뇨·배변장애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앞서 1심은 수술 전 A 씨에게 뚜렷한 하지마비나 배뇨·배변장애가 없었던 점 등을 들어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고 병원 측이 약 1억2277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의료진이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수술 특성상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도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생길 수 있다며 A 씨의 증상을 수술의 예상 가능한 후유증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의료소송에서 원칙적으로 환자가 의료진 과실과 손해 사이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지만, 의료행위의 전문성 때문에 환자가 이를 밝히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수술 직후 촬영한 MRI 판독에 수술 부위에 피가 고여 신경다발을 압박하고 있어 즉각적인 수술 후 경과관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점을 짚었다.
또 추가 MRI에서도 같은 취지의 소견이 확인된 만큼, 혈종과 신경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재수술 등 시급한 조치가 필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런데 병원 측 수술기록에는 수술 중 특별한 일이 없었고 환자 상태도 안정적이었다는 취지로 적혀 있었다.
대법원은 마미증후군이 수술한 요추 추간판 탈출증 환자의 2%, 또는 전체 추간판 탈출증 환자의 0.12%에서만 드물게 나타난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에게 나타난 마미증후군에 부합하는 증상의 원인으로 이 사건 수술 외에 달리 객관적 요인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 의료진이 혈종제거를 위한 재수술 등 이 사건 수술 이후 발생한 부작용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의료적 조치를 적시에 시행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mark83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