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하영 논란…"애초 친일 청산 됐다면" 일각선 "과도한 비난"

사회

뉴스1,

2026년 8월 17일, 오후 02:57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타종행사에서 한 어린이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6.8.15 © 뉴스1 최지환 기자

배우 하영(본명 안하영)의 '친일 조상'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하영은 "무지한 상태로 증조부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는 내용의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은 가시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친일파 후손'을 둘러싼 논란이 친일을 온전히 청산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개인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 등을 경계하되 역사적 성찰로 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반복되는 친일 논란…"개인 문제 아냐, 언제든 또 돌출될 것"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의 '친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영 증조부의 친일 논란이 불붙자, 온라인을 중심으로는 친일파와 유명 후손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친일파 후손'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애초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우리나라는 1948년 반민족행위처벌법을 제정,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구성했으나 이승만 정권의 위압 속에 와해됐다.

이후 2006년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친일재산위)가 출범해 친일파 168명이 보유한 토지 2475필지에 대해 국가 귀속 결정을 내리는 등 친일 청산에 관한 부분적 시도가 이어져왔으나 공식적으론 매듭 짓지 못한 과제로 남았다.

이런 가운데 하영이 방송 등에서 여러 차례 집안 내력과 부를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모습이 확인돼 그를 둘러싼 논란은 과열됐다.

반병률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는 "반민특위가 권력에 의해 없어지며 청산되지 못한 과거의 문제가 현재의 문제와 결합하는 것"이라며 "(하영 외조부 문제가) 돌출적인 방식으로 드러났으나, 실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잠재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 교수는 "첫 단추가 잘못됐기 때문에 복잡해진 것"이라며 "교육이 계속돼야 하며 특히 사회적 지도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역사 인식을 가지고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 교수는 16년 만에 재출범 예정인 친일재산위 등 국가 차원의 청산 작업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교수는 "그간 간헐적으로 축적된 자료 등이 있겠으나 본격적인 작업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일제 강점기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영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한 사과문(인스타그램 갈무리)

개인에 대한 과도한 비난 경계해야…'역사적 책임' 필요
다만 일각에선 하영 개인에게 집중 포화를 퍼붓는 여론을 두고 "과도한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스스로 가족 문제를 언급한 것 자체를 '연좌제'라고 볼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과거부터 개인이 집안과 가문에 대해 자랑을 해온 행위가 논란을 촉발한 만큼, 사법적인 처벌을 의미하는 '연좌제'에 부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영 개인에게 도를 넘는 비난을 가하거나 과한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는 집안 자랑에 대한 역풍 자체를 연좌제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증조부 때의 일로 지금 '하영을 퇴출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조금 과하다"며 "하영 측에서 분명한 반성의 자세를 보인다면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논란의 본질은 배우 개인이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그 자체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조상의 식민지 협력 이력에 대한 최소한의 역사적 성찰 없이 발언해 대중에게 상처를 준 '역사 인식과 성찰 부재의 문제'에 있다"며 "조상의 과오를 성찰 없이 미화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소비한 태도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연좌제 논란에 매몰되지 않고 유의미한 사회적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성현 성공회대 평화월딩연구소 소장은 "(하영의 소속사가) '사실무근'이라 했다가 하루 뒤 사과한 것이 서투르지만 응답의 시작이었다"며 "여기서 멈추면 '위기관리'지만 내력을 묻고 성찰하면 '응답'이 된다"고 설명했다.

강 소장은 "친일파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며 "물려받는 것에 죄는 없지만 내력이 있으니 이에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식민지 역사박물관이나 소록도 한센병 박물관 방문을 당사자에게도 권하고 싶다"며 "우리가 물려받은 이 사회가 어떤 자리 위에 서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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