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할 말 많죠"…'여탕 수건비' 목욕탕 업주들의 항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19일, 오전 06:02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정유진 강민혁 수습기자] “여자 손님들에게 수건 개수를 제한하거나 별도로 돈을 받는 게 차별처럼 보일 수는 있죠. 하지만 목욕탕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여탕의 수건 분실률이 높은 게 사실이라, 어쩔 수가 없어요.”



1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목욕탕 직원 김모(63·남) 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목욕탕은 여성 고객에게 수건을 2장만 나눠준다. 그는 “분실이 잦아지면 수건을 새로 구매해야 하는데, 요즘 수건 한 장에 1500~1800원 씩이고 부담이 커서 부득이 여성 고객에게는 수건 개수를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1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목욕탕에서 여성 손님이 수건 2개를 지급받는 모습.(사진=정유진 수습기자)
1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목욕탕에서 여성 손님이 수건 2개를 지급받는 모습.(사진=정유진 수습기자)
국가인원위원회(인권위)가 해묵은 여탕 차별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상당수 목욕탕이 여성 고객에게 수건 개수를 제한하거나 별도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인권위가 이를 차별이라고 판단하면서다. 이에 대해 목욕탕 업주들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라 항변하고 있다.

18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지역 대부분의 목욕탕은 여탕의 수건 개수를 제한하거나, 별도의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여탕 내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 요금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목욕탕을 찾는 여성 고객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김예영(28) 씨는 “여자들은 사실 머리도 제대로 못 말리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비용으로 목욕탕을 이용하는데 여성은 수건 개수에 제한을 두고, 드라이기 사용에 또 추가금을 낸다는 건 차별”이라고 했다. 이선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여성 고객 전체를 잠재적 탈취자로 보는 것”이라며 “업주의 관리 소홀로 발생하는 비용을 여성 손님에게만 부과하는 방식이 온당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이런 관행을 성차별로 봤다. 분실 문제를 여성 손님 전체에게 부담시키는 행위는 ‘성차별에 관한 고정관념 또는 일반화에 기인한 관행’이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여성 고객들에게만 수건·비누 사용료를 부과한 경북 경산시의 한 온천탕 운영자와 목욕탕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경산시장에게 각각 시정조치와 행정지도를 권고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그러면서 보증금을 받거나 반납 절차를 강화하는 등 다른 예방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은평구의 한 사우나 전경.(사진=강민혁 수습기자)
서울 은평구의 한 사우나 전경.(사진=강민혁 수습기자)
목욕탕 업주들은 이런 관행에 대해 ‘생존과 원활한 운영을 위한 자구책’이라고 주장한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서 53년째 목욕탕을 운영한 김원기(80·남) 씨는 여성 고객의 수건 개수에 제한을 두고, 별도의 드라이기 사용 요금을 받는다. 그는 “여성 고객들은 남성보다 수건 사용량이 많고, 분실률도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수건 세탁비만 한 달에 100만~150만원이 들고, 수도세와 전기세를 비롯한 공과금을 내면 사실상 남는 것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보증금을 받거나 반납 절차를 강화하라는 인권위의 의견에 대해서도 업계는 회의적이다. 업장 운영을 고려하지 않은 대안이라는 것이다. 김수철 한국목욕업중앙회 사무총장은 “일부 관행을 시정해야 한다는 인권위의 취지에는 일부 공감하고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본다”면서도 “수건 제공은 업주가 손님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임에도 고객이 이를 차별이라는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사양산업으로 기울고 있는 업계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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