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입구에 정부의 용산공원 부지 주택 공급 검토에 반대하는 근조화환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2026.8.9 © 뉴스1 박지혜 기자
"용산공원은 서울 시민 모두의 녹지인데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없애버린다는 게 말이 되나요?"
19일 오전 용산공원에서 만난 오 모 씨(49·여)는 "의견 수렴도 안 하고 일부 사람들만을 위한 아파트로 만든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며 혀를 찼다. 이촌동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오 씨는 최근 용산공원 부지 내 주택공급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에도 참여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취재진이 용산공원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체로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에 반대했다. 다만 일부 시민들은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선 용산공원을 활용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중박 남산 뷰 가로막혀" "주택난 해결 안 돼"…근조화환 깔린 용산공원
대다수 주민이 용산공원 내 주택공급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주민들의 조망권 훼손과 교통 문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바라보는 남산 경관을 아파트가 가로막는 모습을 구현한 이미지도 게시되고 있다.
용산에 7년째 거주 중인 이 모 씨(64·남)는 "국립중앙박물관 쪽에서 남산을 바라보는 풍경이 가장 멋진 풍경이었는데, 아파트로 가로막히는 건 충격"이라며 "이미 용산은 출퇴근하는 교통이 굉장히 혼잡한 곳인데 주택이 더 들어서면 지금보다도 혼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녹지 훼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오 씨는 "서울에서 애들 데리고 와서 녹지에서 쉴 만한 곳이 여기밖에 없는데 공원이 사라지면 그 순간부터 스트레스일 것 같다"며 "몇 세대 아파트 만든다고 주택난이 1%도 해결되지 않는데, 정부 마음대로 하루아침에 녹지를 주택으로 바꾸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용산공원으로 나들이를 온 김 모 씨(31·여)는 "용산에서 여기 말고 큰 공원은 거의 없지 않냐"며 "저도 아기가 있기 때문에 이런 공원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깝다"고 했다.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보여주듯 용산어린이정원 일대 30m 구간은 용산공원 내 주택 건설에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깔린 상태다.
용산공원 내 주택공급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지난 8일 용산어린이정원 입구부터 바깥쪽 도보까지 근조화환 80여 개를 설치했다. '어린이의 꿈을 짓밟는 임대주택 결사반대' '공원보존이 곧 어린이 미래권리 수호다' 등의 문구가 화환들에 적혔다.
용산공원지키기 주민모임은 이날 오후 6시 30분에도 용산어린이정원 앞에서 '용산어린이정원 사수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사진은 17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일대 모습. 2026.8.17 © 뉴스1 이종수 기자
일부 시민들 "주택난인데 용산공원 대체할 곳은 많아"
다만 일부 주민들은 용산공원을 활용해서라도 주택을 더 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최근 매매·전세·월세 가격이 모두 치솟으면서 주택난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세 명의 자녀와 용산어린이정원을 찾은 김 모 씨(52·여)는 "물론 서울 시내에서 아이들이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좋긴 하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곳은 많다"고 말했다.
김 씨는 "주택을 짓는 데에 용산공원을 사용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오염토를 어떻게 정화할지 점검하고 안전한 곳으로 확인해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정부가 최근 용산어린이정원을 청년과 신혼부부가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 임대주택 단지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불거졌다. 정부는 공원 녹지로서의 기능을 일부 상실하고 있는 용산공원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겠단 방침이다.
여당은 이같은 계획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0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용산공원은 국가공원이라 주택을 지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데, 개정안은 공원·녹지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신규 택지가 마땅히 없는 서울 도심에서 정부가 대량 주택을 건설할 택지로 용산공원을 포기하기 힘든 상황이긴 하다. 용산공원 전체 면적은 약 300만㎡(90만 7000평)로 용산구 전체 면적의 17.5%를 차지한다. 여의도 면적(약 290만㎡)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서울시와 주민들의 반대와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오염토 정화 문제 등이 남은 과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용산공원만큼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꼭 그렇게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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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jenny97@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