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씨는 “AI가 자료 대조나 회계기준 검토처럼 신입 회계사들이 하던 일을 대신하면 회계법인도 신입을 예전만큼 뽑지 않을 것 같다”며 “시험에 합격해도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 11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천마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상반기 영남대학교 취업박람회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기업 채용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종로학원이 주요 20개 대학 경영·세무·회계 관련 학과의 수시모집 학생부교과전형(일반전형 기준)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2026학년도 평균 경쟁률은 7.76대 1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10.69대 1보다 낮아진 수치다. 조사 대상은 수도권 소재 고려대·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이화여대·건국대·동국대·홍익대·국민대·숭실대·세종대·단국대(죽전)·숙명여대·아주대·인하대 등이다.
이들 대학의 경영·세무·회계 관련 학과 지원자는 2026학년도 기준 4401명이다. 이는 최근 5개 학년도 중 가장 적은 규모다. 이들 학과의 지원자는 2022학년도만 해도 9056명에 달했으나 △2023학년도 6585명 △2024학년도 4437명 △2025학년도 6470명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AI 확산으로 회계사를 지망하는 학생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모두 회계사를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회계사 진출이 경영·세무·회계 계열의 주요 진로 중 하나인 만큼 향후 회계사 고용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전공 선택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얘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회계사를 지망해 경영·세무·회계 학과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AI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이들 학과에 대한 지원자가 줄어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법조계 진출을 위해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의 고민도 비슷하다. 신입 변호사가 담당하던 사건 기록 요약·검토, 사건 쟁점 요약, 판례 조사 등을 AI가 대체할 수 있어서다.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김모 씨는 “나중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법무법인에 취업해 경력을 쌓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2022학년도부터 2025학년도까지 상승세를 이어온 로스쿨 경쟁률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로스쿨 경쟁률은 2022학년도 5.23대 1에서 2025학년도 5.75대 1까지 올랐으나 2026학년도 들어 5.29대 1로 하락했다.
서울 소재 A대학의 취업 담당팀 관계자는 “전문직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AI 때문에 취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느낀다”며 “최근 기업들은 지원자들이 어떤 자격증을 갖췄는지,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보다는 AI를 활용해 프로젝트를 수행해본 경험이 있는지, 그 과정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을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기업들은 신입 채용시 지원자들의 AI 활용 역량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기업 채용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500개 기업 인사담당자 중 69.2%(복수응답 기준)는 ‘채용시 지원자의 AI 역량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대학, 강의부터 평가까지 싹 바꿔야…AI 활용 교육도 의무화”
전문직을 희망하는 대학생들마저 AI 확산으로 취업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대학 교육방식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올해 1~2월 전국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대학 140곳 중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 등을 도입한 곳은 56곳(40%)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자료=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학생들에게 프로젝트 수행의 결과물만 제출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에 관해 수시로 보고서를 내도록 해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며 “대학이 교수들을 평가할 때 수업을 어떻게 혁신하고 있는지를 반영하면 교수들도 지식전달 방식의 강의만을 고집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교수가 문제를 내는 기존 시험 방식을 바꾸자는 제언도 나온다. 학생이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을 토대로 질문을 만들어 제출하게 하자는 것이다. 실제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2021년부터 수업의 중간·기말고사에서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을 토대로 질문을 만들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간 강의를 열심히 듣고 이를 통해 배운 게 많은 학생이라면 충분히 좋은 질문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 교수는 “문제 출제 능력은 학습의 깊이를 나타낸다”며 “앞으로는 질문을 잘하는 인재,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