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무소속 의원 © 뉴스1 유승관 기자
13가지에 이르는 김병기 무소속 의원의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지난해 9월 첫 고발 이후 1년에 이르고 있다. 수사팀은 대부분 혐의에 대한 법적 판단을 마쳤지만, 경찰 지휘부가 "곧 마무리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신병 처리를 비롯한 사건 처리에 대한 '결단'은 늦어지고 있다.
의혹 제기 이후 1년 가까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한 데에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일괄 처분' 방침과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구속영장 반려 가능성에 대한 부담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른바 '수사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지휘부의 신중론이 되레 사건 처분을 늦췄다는 것이다.
현직 의원에 대한 권력 수사에서 경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결론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경찰 안팎에서는 대부분 혐의에 대한 판단이 끝나고 수사도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이제는 지휘부가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청 "분리 송치" 국수본 "일괄 처분"…13개 의혹 묶이며 수사 장기화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김 의원 관련 각 의혹의 처리 방향을 대부분 정리한 상태다. 최근까지 차남의 빗썸 취업 특혜와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 등 일부에 대해서는 보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체 사건의 처리 방향을 좌우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에 대한 수사가 1년 가까이 길어진 데는 13개 의혹을 일괄 처분하겠다는 지휘부의 방침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4월 "수사가 마무리된 혐의에 대해 우선 결론을 내겠다"며 일부 혐의에 대한 '분리 송치' 가능성을 내비쳤다.
수사팀 내부에서도 차남 취업 청탁과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 등 일부 중한 혐의를 중심으로 김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는 김 의원에 대한 7차례 소환조사가 막 끝난 시점이었다. 일부 혐의에 대한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데다 김 의원 의혹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적 관심도 높아 수사 동력이 강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한 강선우 무소속 의원의 '1억 원 공천헌금' 사건에서도 경찰은 의혹이 불거진 지 약 한 달 만에 구속영장을 신청해 신병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3개 의혹을 한꺼번에 처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같은 달 27일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가) 안 된 부분이 많이 있다"며 분리 송치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청은 5월까지도 마무리된 혐의부터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박성주 당시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6월 8일 "수사가 끝나야 전체적으로 처분을 일괄 결정할 상황"이라며 일괄 처분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후에도 국수본은 수사가 "마무리 단계"라는 설명을 반복했지만 어떠한 혐의에 대해서도 처분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2026.7.21 © 뉴스1 김도우 기자
'영장 반려' 의식해 신중론?…"수사권 커진 만큼 책임을"
경찰 지휘부가 이처럼 결론을 내리는 데 신중한 배경에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나 구속영장 반려에 대한 부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경찰의 수사 권한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수사 완결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작지 않다.
1년 가까이 공을 들인 현직 국회의원 사건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법원 심사를 받기도 전에 검찰 단계에서 제동이 걸릴 경우 경찰 수사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년 넘게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사기적 부정거래' 사건에서도 구속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두 차례 반려돼 경찰 수사력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완결성'이 언제까지 결론을 늦출 명분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사건이 장기화될수록 김 의원에 대한 신병 확보에 대한 명분도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할 때는 범죄 혐의뿐 아니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 신병 확보 필요성도 함께 따진다. 주요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가 대부분 끝난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구속 필요성을 설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사가 길어지는 사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예전 같지 않다. 김 의원은 별다른 제약 없이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은 계속해서 "마무리 단계"라는 비슷한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박 청장이 이달 내 사건 처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경찰청 역시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지만 실제 처분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오는 25일에는 김 의원 사건과 관련한 경찰 수사심의위원회도 열린다. 김 의원을 각각 고소·고발한 전직 보좌관과 시민단체가 신청한 2건이 함께 상정돼 수사 절차의 적정성과 신속성 등을 심의할 예정이다. 경찰은 수심위 일정과 관계없이 수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권이 커진 만큼 고위 인사의 비위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 역량을 보여줘야 할 시점에 스스로 수사력에 대한 의구심만 키우고 있는 꼴"이라며 "커진 권한에 걸맞은 실력과 책임을 보여줘야 국민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