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2026.8.21 © 뉴스1 김진환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새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 제청하는 과정에서 관례에 따라 하던 대면 제청이 아닌 서면 제청을 하면서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과 대법원의 갈등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임명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해선 제청을 반려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이 지속되면 지난 3월 3일 퇴임한 노 전 대법관 후임 공백 사태가 최소 올해 말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각각 손봉기·김성수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기존 관례인 대면이 아닌 서면 방식으로 임명 제청했다.
다만 조 대법원장이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한 손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제청됐다.
민주당은 이를 '대통령 패싱' '사법농단' '무법 사법 행위'로 규정하며 조 대법원장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조 대법원장이 '법기술원장'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청와대는 김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국회로 송부하고, 손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은 반려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청와대가 손 부장판사 제청에 대한 숙고를 위해 바로 반려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조 대법원장은 21일 출근길에 이 대통령이 제청 후보자를 반려할 경우 어떻게 할 예정인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대법원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이 손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을 반려할 경우 올해 3월 초부터 계속된 대법관 공백 사태는 더욱 장기화할 전망이다. 청와대가 당장 반려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기간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손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을 반려할 경우 대법원은 다시 제청하기 위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재구성해야 한다. 법원조직법에는 추천위는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구성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에 대해 반려를 한 경우는 헌정사에 전례가 없다. 다만 후보자가 청문회를 진행한 뒤 자진 사퇴해 제청 절차가 다시 진행된 경우는 있다.
2012년 6월 6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박일환·김능환·전수안·안대희 대법관 후임으로 고영한·김창석·김신·김병화 4명 임명제청했다. 그러나 김병화 후보자에 대해 저축은행 수사 개입,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등이 제기됐고, 김 후보자는 제청 51일 만인 7월 26일에 자진사퇴했다.
이후 양 대법원장은 후보자추천위를 다시 거친 뒤 10월 11일 김소영 대전고법 부장판사를 임명제청했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11월 2일에 임기를 시작했다. 김병화 후보자와 함께 제청됐던 후보자들이 8월2일 임기가 시작됐던 것에 비해 석 달이나 지체된 것이다.
대법관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 대법원 재판 지연 문제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법원 3개의 소부 재판부 중 3부는 노경필 대법관이 처장으로 임명되면서 4명이 아닌 3명의 대법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흥구 대법관이 내달 7일 퇴임하면 2명으로 줄어든다.
통상 임명제청된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기까지 한 달 넘게 걸리기 때문에 이흥구 대법관 후임 후보자로 제청된 김성수 부장판사가 이 대법관 퇴임 직후 바로 대법관 임기를 시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대법관 2명 공백 사태는 최소 보름, 1명 공백 사태는 석 달 넘게 지속될 전망이다.
대법관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고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 김건희 여사 재판 등 주요 사건들의 진행도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ho86@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