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로 숨진 19개월 딸…법원 "살해 고의 없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21일, 오후 06:47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생후 19개월 된 딸에게 제대로 음식을 주지 않고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아동학대살해사 혐의를 받는 A 씨(30)가 지난 3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아동학대살해사 혐의를 받는 A 씨(30)가 지난 3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인천지법 형사14부(손승범 부장판사)는 2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0)씨에게 아동학대치사죄를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고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도 제한했다.

A씨는 지난 3월 4일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생후 19개월 된 둘째 딸 B양에게 충분한 음식을 주지 않고 장기간 방치해 영양 결핍과 탈수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망 당시 B양의 몸무게는 4.7㎏으로 같은 연령대 여아의 평균 체중인 10.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B양은 숨지기 전 스스로 젖병을 들 힘조차 없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1월부터 B양에게 우유나 이유식 등을 충분히 주지 않은 채 방에 홀로 두는 일이 반복됐으며 최대 67시간 동안 음식을 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B양이 숨지기 직전인 지난 2월 28일부터 닷새 동안 전체 120시간 가운데 92시간을 B양 혼자 집에 둔 채 놀이공원과 찜질방 등에 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생활쓰레기와 담배꽁초 등이 방치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첫째 딸을 양육하고 두 차례 신체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받았다.

경찰은 당초 A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주거지 홈캠 영상 재분석과 가족 참고인 조사, 심리분석 등 보완수사를 거쳐 A씨가 B양의 사망 위험을 알고도 방치했다고 판단해 죄명을 아동학대살해로 변경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피해 아동을 살해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록과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A씨의 지적 능력이 경계선 지능 수준으로 평가된 점도 판단 근거 가운데 하나가 됐다.

재판부는 “양육에 대한 책임 인식이 부족하고 필요한 지식과 관심도 제한적인 피고인을 평균적인 지적 능력을 가진 일반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유도 일정량을 급여하면 생명 유지가 가능하다는 의사 의견이 있다”며 “피고인의 지적 능력을 고려하면 이유식을 거부하는 피해 아동의 체중을 늘리기 위해 분유만 주는 잘못된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씨가 B양의 예방접종을 꾸준히 하고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거나 보육교사와 아이의 상태를 상의한 정황도 살해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고려됐다.

다만 살해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 것과 별개로 A씨의 방임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생후 19개월에 불과했고 비교적 성장이 더뎌 보호자의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상태였다”며 “피고인은 피해 아동의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충분한 음식물을 제공하거나 병원에 데려가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 아동을 혼자 둔 채 장시간 외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누군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는 취지로 거짓말하기도 했다”며 “경제적으로 음식을 제공하지 못할 상황도 아니었는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피해 아동을 숨지게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 아동이 자아가 형성되기 전인 영아였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음식물을 제공받지 못하면서 겪었을 고통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피해 아동을 장기간 방임해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가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A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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