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리가 놓치는 것이 있다. 사춘기가 빨라졌다고 해서 아이의 마음도 함께 빨리 자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춘기를 여는 것은 성호르몬이다. 성호르몬은 몸을 어른의 형태로 바꾸는 동시에 감정을 크게 흔든다. 사소한 일에 화가 나고, 이유 없이 가라앉고, 자기 몸을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든다. 반면 이런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전두엽은 20대 초반까지 천천히 성숙한다. 사춘기가 빨라질수록 ‘감정을 일으키는 힘’과 ‘감정을 다스리는 힘’ 사이의 간격이 벌어진다. 열 살 아이가 열네 살의 감정 파도를 열 살의 조절력으로 견뎌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또래와의 차이가 더해진다. 아이들에게 또래와 다르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부담이다. 혼자 먼저 몸이 변한 아이는 체육 시간에 옷 갈아입기를 피하고, 등을 구부려 걷고, 사진 찍히기를 싫어한다. 실제로 사춘기가 이른 아이일수록 우울감과 불안, 자존감 저하를 겪을 위험이 높다는 연구가 여러 차례 보고됐다. 초경이 빠른 여자아이의 경우 그 경향이 더 뚜렷하다.
문제는 부모가 이 신호를 ‘사춘기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는 데 있다. 방문을 닫고 들어가는 아이, 말수가 줄어든 아이를 반항으로만 읽으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순간을 지나치게 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첫째, 몸의 변화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변화가 시작된 뒤 설명하면 아이는 이미 놀란 상태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곧 이런 변화가 올 텐데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담담하게 말해두면 아이는 자기 몸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둘째, 몸에 대한 언급을 줄이는 것이다. 살이 쪘다, 키가 안 큰다, 왜 이렇게 빨리 크냐 같은 말은 걱정에서 나오지만 아이에게는 평가로 남는다.
셋째, 감정을 교정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럴 일이 아니잖아”보다 “그럴 수 있겠다”가 먼저다. 아이는 해결책을 원해서가 아니라 이해받고 싶어서 말을 꺼낸다.
넷째, 잠을 지켜주는 것이다. 수면 부족은 감정 조절력을 가장 먼저 무너뜨린다. 잠이 부족한 아이는 같은 상황에서도 훨씬 예민하게 반응하고, 성장호르몬 분비까지 줄어든다. 마음과 키가 같은 시간에 자란다는 뜻이다.
만약 아이가 두 달 이상 무기력하거나, 좋아하던 일에 흥미를 잃거나, 이유 없는 복통과 두통을 반복한다면 사춘기의 일시적 변화로만 보기 어렵다. 이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낫다.
성조숙증 치료는 사춘기 진행 속도를 늦춰 성장할 시간을 벌어주는 일이다. 그러나 그 시간을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보내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진료실에서 나는 아이의 키만큼이나 표정을 본다. 빨라진 사춘기 앞에서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몇 센티미터의 성장이 아니라, 그 변화를 견디는 아이의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