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이력서를 작성하는 외국인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법무부가 30년 넘게 유지해 온 외국인 취업비자(E-1~10)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현장 수요가 생길 때마다 비자를 하나씩 덧붙여온 결과, 체계가 복잡해지고 정작 인력이 가장 부족한 중간 숙련 구간에서는 외국인의 진입 경로가 막혀 있는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2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외국인 취업비자 발급 기준을 '허용직종'에서 '산업·숙련·임금'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0종의 E계열 취업비자(E-1~E-10)를 고숙련·중숙련·저숙련 3가지 유형으로 재편하고, 비자 발급 여부를 직종표가 아닌 숙련도·시장임금·인력 수요로 판단하는 방안이다.
먼저 '어느 산업의 일자리인지'를 분류한 뒤, 해당 직종에 요구되는 숙련도와 학력·경력, 중위임금을 종합해 비자 등급 및 발급 여부를 판정한다. 이에 따라 비자 심사의 핵심은 이 직업이 허용 목록에 있는가에서 외국인의 업무 숙련도가 어느 수준이며, 해당 직무의 시장 임금 이상을 받는가로 옮겨가게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모든 직업은 숙련도에 따라 6단계(관리·전문·준전문·숙련기능·반숙련·단순노무)로 나뉜다. 임금 기준은 내국인이 실제 받는 임금의 중간값으로 설정된다. 이는 내국인 일자리 침해와 임금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일종의 보호장치다.
법무부는 "가장 강력한 장치는 임금 기준값 그 자체"라며 "내국인이 실제 받는 시장 임금의 중간 수준 이상을 지급해야만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으므로, 인건비 절감을 위한 도입보다 구인난 심각 등 외국인이 필요한 분야에 인력을 적시 도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직업 목록에 없으면 비자 불허…33년 만에 '땜질식' 제도 손질한다
현행 E계열 취업비자는 정부가 미리 허용한 직종만 비자를 내주는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이다. 외국 인재가 학력·경력·기술을 갖췄어도 취업하려는 직종이 목록에 없으면 비자 심사조차 받을 수 없다. 일례로 외국인 취업비자 중 하나인 E-7의 경우 허용 직종 94개를 일일이 나열해 두고 있으며, 이 목록에 없는 직업은 비자 발급이 원천 차단된다. 물리치료사, 간호조무사, 승강기 정비원, 버스 운전원, 미용사 등 180개 직업이 이 목록에서 빠져 있다.
외국인 취업비자는 1993년 7개 유형(E-1~E-7)으로 출발해 현재 10종으로 늘어났다.현장에서 수요가 생기면 비자를 새로 덧붙이는 '땜질식' 대응을 해온 결과다. 농어촌에 일손이 부족해지자 계절근로 비자를 신설하는 식이었다. 새 직업이 생길 때마다 목록만 추가하면서 '직종 칸막이' 구조는 그대로다.
이처럼 산업계·교육계의 요구에 따라 비자가 산발적으로 신설·운영되다 보니, 비자체계가 복잡해졌고 중간 숙련 구간에는 외국인의 진입 경로가 막히는 등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외국인 출입국을 관리하는 실무진 사이에서도 체계적이지 않고 39개인 비자 코드를 일일이 확인해야 해 외국인 비자 발급 업무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인력난 심한 '중숙련' 공백…요양보호사 등 비자 문턱 낮춘다
법무부는 이러한 '주먹구구식' 운용이 단기적 인력난을 해소하는 방식으로만 운용돼 왔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국내 체류 외국인 인력 구조도 저숙련 인구 중심으로 증가했다.
국내에 체류 중인 저숙련 외국인 인력은 지난 2007년 21만 1091명에서 2025년 40만 3995명으로 19만여 명 늘었다. 같은 기간 전문 외국인 인력은 3만 3502명에서 10만5165명으로 7만여 명 증가에 그쳤다.
반면 단순 노무 인력도, 고학력 전문직도 아닌 중숙련 인력은 진입 경로가 좁다.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 대상 역시 이들이다.
사회복지·돌봄 분야가 대표적이다. 요양보호사의 경우 특정활동(E-7) 비자 대상 직종에 올라와 있지만, 유학(D-2)이나 구직(D-10) 자격자 중심으로 운영돼 사실상 국내 대학 졸업생만 채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법무부의 연구용역을 맡은 이민정책연구원은 오는 2032년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57만3000명의 인력이 부족하고, 이 중 요양보호사 등 준전문인력은 부족 규모가 28만9000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유입되는 사회복지 분야의 내국인 공급 역시 5만 명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돌봄이 필요한 인구의 증가 속도가 훨씬 더 빨라 수급 불균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채용 정보를 살펴보는 외국인 유학생 구직자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무슨 직업인가" 대신 "얼마나 숙련됐나"…내국인 보호장치도 마련
내국인 일자리 침해가 우려되는 직업은 따로 지정해 막는 '네거티브'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어느 직업이 이 목록에 오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허용 직종 목록이 사라진다고 해서 외국인 노동자를 무제한으로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무부는 업체별·직종별로 채용할 수 있는 인원 상한을 두기로 했다.
이를 두고는 구체적으로 산업별 내국인 중위임금을 취업비자의 임금 기준으로 삼고, 고용 경합이 큰 업종에는 별도의 제한을 두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면허가 필수인 직종은 국내 자격증을 먼저 따야 한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는 보건복지부와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한 이민정책 전문가는 "비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취업비자"라며 "지금까지 우리 비자체계에 대한 가장 큰 지적은 지나치게 경직되고 엄격하다는 것이었던 만큼, 필요한 인력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올 때의 제1원칙은 내국인 인력으로 채워지지 않는 자리를 보충한다는 것"이라며 "내국인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설계돼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수한 해외 인재는 전략적으로 유치하되, 내국인과의 일자리 경합이 큰 분야에는 보호장치를 둬 철저히 설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비자체계 개편을 위한 이민정책연구원의 연구는 오는 10월 말 마무리되며, 법무부는 토론회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mark83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