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찾은 서울 마포구의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 2026.8.20 © 뉴스1 한수민 수습기자
이날은 장애인 무용수 김소영의 연습과 무대 도전을 담은 다큐멘터리 '소영의 노력'과 재개발로 사라지는 아파트 단지의 나무를 추적한 '콘크리트 녹색섬' 등 5편이 상영됐다. 22일 기준 두 작품의 누적 관객 수는 각각 2285명과 1986명이다.
독립영화관은 관객에게 멀티플렉스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보기 힘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자, 창작자에겐 상업영화의 문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철학과 예술혼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는 통로다. 하지만 극장가 침체 여파로 영화산업이 '매출 절벽'에 내몰리면서, 몇 남지 않은 독립영화관마저 존립의 기로에 섰다.
흥행작 쏠림에도 독립영화관 찾는 관객들…"다른 곳에 없는 작품"
침체를 겪어온 극장가는 올해 들어 모처럼 회복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극장 관객은 5705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4.2% 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상반기 평균 관객 수의 56.5% 수준에 그쳤다.
회복세도 극소수 흥행작에 편중됐다. 영진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질 개봉한 한국영화는 89편, 관람객은 3737만 명이다. 이중 흥행 상위 5편인 '왕과 사는 남자', '군체', '살목지', '만약에 우리', '휴민트' 관람객은 3034만 명이었다. 한국영화 관객 10명 중 8명이 전체 89편 중 5편에 몰린 셈이다.
이같이 극장 관객이 일부 흥행작에 쏠린 상황에서도 독립영화관을 찾은 이들은 멀티플렉스에서 좀처럼 상영되지 않는 다양한 소재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을 방문 이유로 들었다. 비교적 한적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꼽혔다.
이화여대 내 독립영화관인 '아트하우스 모모'를 자주 찾는 정영인 씨(23·여)는 "단순히 잘 팔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이 이야기는 꼭 해야겠다'며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에 독립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마포구의 또 다른 독립영화관인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만난 직장인 성희상 씨(28)는 "보기 어려운 영화를 볼 수 있어 독립영화관에 종종 온다"며 "사람이 적어 사적인 공간처럼 느껴지고 편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독립영화관에서 멀티플렉스와 다른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것은 독립영화관이 흥행 가능성보다 작품의 다양성을 고려해 상영작을 고르기 때문이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소수자나 환경 문제처럼 주류 영화관에서 잘 틀어주지 않을 것 같은 영화와 서울에서 상영 기회를 얻기 어려운 지역 독립영화를 적극적으로 상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영 기회는 독립영화 창작자에게도 중요하다. 대구에서 두부 공장을 가업으로 이어온 3대 가족의 갈등을 그린 독립영화 '장손'을 연출한 오정민 감독은 "'장손' 개봉 당시 스크린이 60개도 되지 않았는데 이 중 50개 정도가 독립예술영화관이었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극장에서 상영한다는 것은 돈뿐 아니라 복합적인 의미가 있다"며 "창작자는 관객이 극장에서 본다는 감각으로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손'으로 지난해 제61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지난 20일 찾은 서울 마포구의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 1개의 상영관에서 보통 4~5개 정도의 독립영화를 상영한다. 2026.8.20 © 뉴스1 한수민 수습기자
입장 수입만으론 운영 어려워…"상영 공간·관객층 함께 늘려야"
독립영화관이 관객과 창작자를 잇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운영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많지 않았다.
이날 인디스페이스는 상영 직전에도 로비에 한두 명만 머물 정도로 한산했다. KT&G 상상마당 시네마도 비슷했다. 오후 2시쯤 1995년 개봉한 대만 영화 '애정만세'가 끝난 뒤 관객 3~4명만 상영관을 빠져나왔다.
비영리 영화관인 인디스페이스는 관객과 영화인의 후원을 받고 있다. 원 관장은 "한국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은 시장에서 쉽게 존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관객 입장 수익만으로는 운영비를 마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운영비의 절반가량이 임대료로 들어가 영화진흥위원회와 서울시 등의 지원 없이는 운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전문가와 창작자들은 지역별 상영 공간을 확충해 독립영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독립영화관도 공공도서관이나 연극의 소극장처럼 문화적 공공성을 지닌 공간"이라며 "지역 곳곳에 상영관을 마련해 접근성을 높이고 지방자치단체도 독립영화관 생태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상영 공간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 감독은 "예전에는 독립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게 문제였다면 지금은 작품이 많아도 관객을 만나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극장을 중심으로 독립영화를 꾸준히 찾을 관객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