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노인 78만명…기초연금 더 줘도 소득 ‘제자리’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23일, 오후 02:59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정부가 저소득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더 주는 ‘하후상박’ 방식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행 생계급여 산정 방식을 유지하면 빈곤 노인 78만여명은 사실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이 늘어난 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드는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구조 때문이다.

(사진=보건복지부)
(사진=보건복지부)
23일 서울신문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함께 받은 노인은 78만 3222명이다. 이 가운데 생계급여가 줄어든 수급자는 78만 1561명으로 99.8%에 달했다. 이들의 월평균 생계급여 감액액은 33만 2610원으로, 지난해 기초연금 최고 지급액 34만 2510원의 97.1% 수준이다.

생계급여는 국가가 정한 최저보장 수준에서 기초연금 등 소득인정액을 뺀 금액만큼 지급된다. 이에 따라 생계급여를 받는 노인의 기초연금을 월 10만원 올리더라도 생계급여가 같은 금액만큼 줄면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늘지 않는다. 생계급여는 소득인정액과 선정기준의 차액을 지급하는 구조다.

두 급여를 함께 받는 노인은 빠르게 늘고 있다.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함께 받은 노인은 2021년 56만 7606명에서 4년 새 21만 5616명(38.0%) 늘었다. 반면 생계급여 선정 기준을 조금 웃도는 저소득 노인은 기초연금 인상분을 그대로 받을 수 있어 생계급여 수급 노인보다 소득이 더 많이 늘어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현재 소득 하위 70%인 기초연금 수급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에 연동하고, 소득이 낮을수록 인상 폭을 키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기준 중위소득의 몇 %를 수급 기준선으로 삼을지, 기존 수급자의 탈락을 어떻게 막을지가 쟁점이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개편과 함께 생계급여 산정 방식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100% 반영하지 않고 절반 등 일정한 조정률을 적용하면 기초생활수급 노인도 인상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연금 개편 과정에서 생계급여 감액 문제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며 “추가 예산이 필요한 만큼 재정당국 등 관계 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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