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골목길로 몰리는 러너들…"길 좁아 불편" "활기차 좋아"

사회

뉴스1,

2026년 8월 24일, 오전 06:00

21일 서울 종로구 서촌의 한 거리. 2026.8.21 © 뉴스1 안소연 기자

러닝이 일상 운동으로 정착하면서 경복궁 일대 등 경치 좋은 러닝 코스를 찾아 나서는 러너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도심을 달리는 러너들로 인해 보행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종로구 서촌 일대는 최근 '댕댕런' 등 유명 러닝 코스로 주목받으며 '러닝 성지'로 자리 잡고 있다.

서촌 러닝 인기의 시작점이 된 '댕댕런'(강아지런)은 경복궁, 청와대, 청계천 일대를 거쳐 8~10㎞를 달리는 코스다. 러닝 앱의 GPS 기록을 활용해 코스를 완주하고 나면 지도상에 강아지 모양의 경로가 남아 '댕댕이'(멍멍이)런이란 별칭을 얻었다.

지난해 대통령실이 청와대로 복귀하며 댕댕런이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냔 우려가 나오자, 대통령 경호처는 '통제 최소화' 기조에 맞춰 댕댕런 등 주변 달리기를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댕댕런의 인기는 곧 경복궁 일대 러닝 열기로 이어졌다. 댕댕런을 뛴 러너들이 '고궁 경치가 좋다'는 후기를 공유하며 광화문 일대가 '고궁런'으로 재차 유명해진 것이다.

특히 서촌은 이들 러닝 코스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으로 자리 잡아 최근엔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까지 찾는 러닝 성지가 됐다.

이에 서촌엔 러닝숍들이 입주를 시작했다. 러너들이 쉬어갈 공간을 따로 조성하고, 운동복·러닝복 등 러닝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서촌에 자리한 한 러닝숍 관계자는 "러너 분들이 많이 오신다"며 "오전에 러닝 하시는 분들이 있어 영업시간을 2시간 앞당겼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갈무리)

문제는 구도심인 서촌 일대의 도로 폭이 좁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취재진이 살핀 서촌의 인도는 성인 3명이 나란히 지나가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댕댕런 코스 가운데 일부 구간은 가로수나 벤치가 놓여 1명이 지나가기도 비좁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러너들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어머니와 서촌 구경을 왔다는 인 모 씨(48·여)는 "여기는 길이 너무 좁아 (러너들 때문에) 당연히 불편하다"며 "한 줄씩 와도 줄을 서야 겨우 지나가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무도 있는데 길에서 뛰는 건 아닌 것 같다"며 "'핫플'이라고 굳이 뛰어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이준 씨(33·남)는 "저녁쯤 되면 뛰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데 4~5명이 나란히 뛰고 한 줄로 뛰는 분들은 많이 없다"며 "줄을 안 서는 러너들이 더 많다"고 했다.

이 씨는 "러너들도 눈치를 보면서도 그대로 그렇게 뛴다. (보행자 불편을) 알고는 있는 것 같다"며 "여기가 다 골목이니까 옆에 큰 도로를 끼고 있어도 도보 자체는 좁아 불편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큰 불편함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심마리아 씨(37·여)는 "단체 러너도 있긴 한데 벽 쪽으로 알아서 피해 가 불편함은 없다"면서 "(러닝 매장이 많아져) 서촌 시그니처인 한옥 감성이 없어지는 건 아쉽다"고 했다.

서촌에 약 30년 거주했다는 최 모 씨(59·여)는 "구경하면서 뛰면 일대가 유명해지니 아무래도 좋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최 씨는 "사진 찍는 관광객들에 러너까지 섞일 때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렇게 불편함이 크진 않다"며 "지금 노후돼 있는 게 많으니 러닝 매장이 많아지며 발전하는 게 입주민 입장에서는 더 좋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런티켓'(러닝 에티켓) 확산을 위한 캠페인 등을 진행 중이다. 러닝 관련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서울시는 러닝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보행 불편, 소음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저속·저소음 러닝 △한 줄 소그룹 운영 등 런티켓을 안내하고 있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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