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배달로 7000조원 아꼈어요"…고물가에 등장한 '가짜 소비'

사회

뉴스1,

2026년 8월 24일, 오후 02:52

가상 배달 앱 '배달안와요'에서는 실제 배달 앱과 유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통해 배달 주문을 하는 것 같은 경험을 느낄 수 있다. 배달이 완료되면 가상 배달을 통해 아낀 돈과 칼로리를 보여준다.('배달안와요' 앱 화면 갈무리)

'아낀 돈 2만 5057원, 아낀 칼로리 1800kcal'

먹음직스러운 양념 반 프라이드 반 치킨을 장바구니에 담은 후 카드 결제와 번개 배달을 선택하자 8분 뒤 배달 완료 창이 떴다. 음식은 도착하지 않았지만 가상 배달로 절약한 금액과 칼로리는 화면에 남았다.

가상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안와요'는 이름 그대로 주문을 해도 음식이 배달되지 않는다. 음식은 마음껏 시키고 싶지만 배달비 폭탄이 무서운 이들을 위해 주문하고 기다리는 과정은 그대로 체험하되, 실제로 결제와 배달은 되지 않도록 만든 앱이다.

이달부터 식비 줄이기에 나선 직장인 박 모 씨(28·여)는 "배달 주문을 할 때의 만족감은 챙기고 지출은 줄일 수 있어서 대리만족용으로 가상 배달 앱을 자주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 번 참으면 아낀 돈 눈에 보여"…입소문에 앱스토어 1위
24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고물가의 장기화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젊은 층 사이에서 충동 소비를 줄이기 위한 이색적인 방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애플 앱스토어의 전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 1위는 '배달안와요'가 차지했다. 이 앱은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도 1위를 유지 중이다.

지난주 사회연결망서비스(SNS) 이용자 후기에 담겼던 앱스토어 순위(엔터테인먼트 부문 13위)와 비교하면 이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꾸준히 느는 모양새다.

'배달안와요'는 실제 배달앱과 유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갖췄다. 음식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고 주소를 입력하면 된다. 결제·배달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결제를 마치면 배달 기사가 배정되고 실시간 이동 경로와 남은 시간까지 표시된다. 음식은 도착하지 않지만, 가상 주문을 할 때마다 절약한 금액과 칼로리가 차곡차곡 쌓인다.

친구의 소개로 앱을 처음 써 본 대학생 나 모 씨(25·여)는 "요즘 배달비가 올라서 속는 셈 치고 앱을 써 봤다"며 "배달 완료 후 절약한 금액이 눈에 보이니 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한 마음도 든다"고 전했다.

앱 내에서는 가상 배달로 돈을 아낀 이용자들의 절약 순위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기준 월간 절약 1위에는 6900조여 원을 아낀 이용자가 올랐다.

최근 찾은 전남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 식당가에서 배달 라이더가 음식을 픽업해 가고 있다. 2026.8.6 © 뉴스1 조수민 기자

자취생 고물가 충격 커…"소비 절제가 놀이문화로"
가상 배달 앱이 인기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특히 1인 청년 가구가 고물가 충격에 취약한 소비 구조가 깔려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발간한 '재정포럼 8월호'에 따르면 2020~2024년 5년간 저소득 1인 가구의 물가 부담률은 15.72%로 소비자물가지수 단순 상승률보다 약 1.2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에서 김정환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1인 가구는 외식 의존도가 높고 대량 구매를 통한 단가 절감이 어렵기 때문에 다인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 부담을 경험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밥상 물가를 포함한 전반적인 물가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그중 외식 물가는 2.6% 올라, 2020년과 비교하면 6년 새 28.3% 뛰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이 가성비 소비를 넘어 '가상 구매'를 즐기는 모습을 두고 소비와 절약 욕구를 동시에 충족하려는 모습이라고 진단한다. 주문 과정에서는 소비 경험을 대리만족할 수 있고, 절약한 금액이 쌓이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소비를 참는 것보다 효과적이란 설명이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소비와 절약이라는 양가의 욕구를 모두 실현함으로써 통제에 드는 심리적 비용을 낮출 수 있고, 덕분에 이용자들은 좀 더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며 "수입이 많지 않은 사회 초년생 사이에서는 소비를 절제하는 모습이 하나의 놀이 문화 또는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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