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작명과 고액 취업 컨설팅을 넘어 고도의 전문 영역인 기업 컨설팅 시장까지 인공지능(AI)의 공습이 거세다. 사주 오행 풀이와 자기소개서 첨삭 뿐만 아니라 고난도 기업 전략 분석까지 AI가 단 몇 초 만에 처리하면서 오랜 기간 대면과 전문성을 무기로 삼아온 컨설팅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서울의 철학관(사진= 김태섭 수습기자)
피모(33) 씨도 AI에게 둘째 아이 작명을 맡겼다. 피씨는 “기존 작명 앱은 오행·사주만 단순 제공했지만 AI는 발음 편의성, 영어 이름 호환성, 최신 트렌드와 첫째 아이 이름과의 조화까지 세세하게 풀이해 줬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에 오프라인 철학관과 작명원은 타격을 호소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작명원 원장 서모 씨는 “AI 확산 이후 매출이 30~40%가량 줄었다”며 “일반인이 AI만 믿고 이름을 짓다 보면 오류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30년 넘게 성명학을 연구한 남모 씨는 “AI 작명은 엉터리”라며 “성명학에서 가장 중요한 ‘한자 획수’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좋은 이름을 짓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남씨는 “출산율도 하락한 데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직접 작명소를 찾기 보다는 AI를 쓰기 때문에 이전보다 매출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역술인협회 관계자는 “역술인들도 AI가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AI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일 뿐, 전문 역술인의 정밀한 분석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고 짚었다.
AI의 파급력은 취업 시장과 기업 경영 분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인공지능 채용 가이드라인(안)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20~39세 구직자 1055명 중 절반 이상(51%)이 AI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취업준비생 조모(29) 씨는 “AI 첨삭을 통해 자소서 완성도를 높여 서류 전형 5곳에 합격했다”고 말했고, 김모(27) 씨는 “고액 특강 대신 AI 유료 서비스를 활용해 예상 질문을 뽑고 모의면접을 대비했다”고 밝혔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업 컨설팅 시장 역시 재편되는 분위기다. 한국컨설팅산업협회 관계자는 “AI가 기초 분석 업무를 대체하면서 중견 로컬 컨설팅사를 중심으로 인력 감축과 조직 축소가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 소규모 컨설팅사는 AI를 업무에 접목하는 등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컨설팅학회 관계자는 “위기 요인도 있지만, 기업 관련 데이터 수집과 전략 수립·평가 과정에서 AI를 적극 활용하면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