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인데 팔지 못해"…불 탄 가게 보며 한숨 쉰 영천시장 상인

사회

뉴스1,

2026년 8월 24일, 오후 03:20

24일 오전 찾은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천장 아케이드 구조물이 불에 녹아 있다. 2026.8.24 © 뉴스1 한수민 수습 기자



"냉동고에 몇천만 원어치가 들어 있는데 이제 곧 추석 대목인데 그것도 못 팔게 됐으니…."
전날(23일) 새벽 화마가 할퀴고 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이곳에서 간장게장 집을 운영하는 상인 정 모 씨(66)는 24일 불에 탄 점포를 바라보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시장 입구에 상인회가 내건 '불조심' 현수막이 무색하게도 시장 안쪽 점포들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전소된 2곳을 포함해 점포 10곳이 피해를 보았다. 일부 점포는 집기 대부분이 불에 타 내부가 훤히 드러났다.

정 씨는 "간장게장은 추석 때 많이 찾는데 당장 장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며 "보험사가 현장을 확인한 뒤에야 피해 처리 방향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주변 상인들도 불안감을 호소했다. 인근에서 청과물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하루를 쉬는 것도 큰일"이라며 "근처 상인들은 걱정돼 저녁도 못 먹고 잠도 못 잤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시장 시설의 노후화로 추가 화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청과물점을 운영하는 전 모 씨(60대)는 "시장 시설이 전반적으로 노후화돼 있다"며 "한전이나 관련 기관이 정기적으로 나와 무엇이 문제인지 점검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불은 23일 오전 3시 53분쯤 발생해 2시간 39분 만인 오전 6시 32분쯤 완전히 꺼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점포 2곳이 전소되고 8곳이 일부 피해를 봤다.

소방 당국은 24일 현장 감식을 진행했으며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시장 초입에 상인회가 내건 '불조심' 현수막. 2026.8.24 © 뉴스1 한수민 수습 기자


영천시장 일대에서는 최근 두 달 사이 화재가 잇따랐다. 지난 6월 16일에는 시장과 맞닿은 2층 건물 옥상의 가건물에서 불이 나 약 40분 만에 꺼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첫 화재 이후인 지난달 27일 한국화재보험협회 등과 영천시장을 찾아 소방차 진입 동선과 가연성 구조물, 소화기와 비상 통로, 노후 전기 시설 등을 점검했다. 정부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불이 난 것이다.

영천시장은 전체 면적이 5000㎡ 미만인 골목형 시장으로 현행법상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서대문구는 과거 시장 아케이드 조성 과정에서 별도의 수동식 살수설비를 설치했다.

이 설비는 열이나 연기를 감지해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버튼을 눌러야 물이 나오는 방식이다. 이번 불은 상인들이 자리를 비운 새벽에 발생해 설비도 제때 작동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통시장 환경개선 사업이 아케이드 등 외형 개선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며 "법적 설치 의무나 시장 면적과 별개로 화재 위험을 고려해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먼저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on@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