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 경무관. 2023.8.2 © 뉴스1 장수영 기자
수사 관련 청탁을 대가로 7억 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경찰 간부의 형이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대폭 감경됐다.
이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범죄 본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판단으로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는 25일 김 모 경무관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약 1억1000만 원의 추징도 명했다.
재판부는 뇌물공여자인의류업체 대표 A 씨를 비롯해김 경무관에게 차명계좌를 빌려준 혐의를 받는 오빠와 지인에 대한 기소권이 공수처에 없다며 공소 기각 판결했다.
공수처는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면서도 "뇌물수수죄와 대항적 공범 관계인 뇌물공여자에 대해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다는 설시는 종전 사례와 다르다"고 했다.
종전 사례는 공수처의 1호 기소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된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을 가리킨 것이다.
공수처는 지난 2022년 김 전 부장검사와 그에게 뇌물을 건넨 박 모 변호사를 함께 기소했다. 당시 박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나 가족에 해당하지 않았지만, 법원은 공수처의 기소권을 문제 삼지 않았다.
공수처는 이번 판결이 "뇌물수수죄와 뇌물공여죄가 필요적 공범 관계에 있다는 범죄 본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경무관 사건은 공수처 출범 후 자체인지로 수사에 착수한 '1호 인지 사건'이다.
김 경무관은 지인 소개로 알게 된 A 씨로부터 불법 장례 사업 및 형사사건과 관련해 담당 경찰에게 알선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A 씨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자신의 오빠와 지인의 금융계좌를 이용해 7억7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봤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징역 10년과 벌금 16억 원을 선고하고 약 7억5000만 원 추징을 명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김 경무관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특가법상 뇌물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김 경무관의 차명계좌로 지목된 계좌가 실제 김 경무관이 전적으로 지배·관리한 계좌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봐서다.
재판부는 "명의자 의사와 무관하게 오직 자신의 계산으로 입금된 돈을 입출금해 사용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 씨 측이 입금한 약 6억3000만 원을 김 경무관이 받은 돈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A 씨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전자제품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타인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경무관이 고위 경찰공무원으로서 1억 원이 넘는 금품을 받아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하면서도, 핵심 혐의가 무죄로 뒤집힌 점과 1심에서 법정구속 돼 약 6개월간 수감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히 공수처의 증거 수집 과정을 문제 삼기도 했다.
재판부는 공수처가 A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었다며 "절차 참여를 보장한 법의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됐다"고 보고 관련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나 그 가족이 아닌 일반인을 직접 기소하고 공소를 유지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공수처법이 '고위공직자의 가족'을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규정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16억 원을 구형하고 7억 6700여만 원의 추징을 요청했다.
mark83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