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8.26 © 뉴스1 박정호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사법부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제청을 반려하거나 국회에서 임명 동의안이 부결됐을 경우 대법원이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려야 하는지가 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이 추천위의 추천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봐 이미 추천된 후보군에서 다시 제청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대법원장이 다시 제청해야 할 경우 추천위를 다시 구성해 추천 후보자를 꾸려야 하고, 오히려 여당의 주장은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만 대법관이 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각각 손봉기·김성수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기존 관례인 대면이 아닌 서면 방식으로 임명 제청했다.
다만 조 대법원장이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한 손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거론하고, 청와대에서는 손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을 반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여권과 사법부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청와대가 손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을 반려하거나, 국회 임명 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를 다시 제청해야 한다.
이 경우 추천위를 다시 구성해 추천 절차를 새롭게 진행해야 하는지, 아니면 추천위가 이미 추천한 3명의 추천 후보 중 한 명을 제청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된다.
현행 법원조직법 제41조의2 제2항은 추천위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구성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추천위가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하면 추천위는 해산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대법원이 후보 추천 절차를 무효화시키고 새로 추천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추천 후보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던 점을 언급하며 조 대법원장의 이번 서면 제청이 후보 추천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24 © 뉴스1 신웅수 기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과의 협의 없는 일방적 방안을 정부가 반려하게 해서 대법관 추천위원회 자체를 무력화하는 게 조 원장의 노림수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허망한 계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회 송부나 법원 반려 결정을 보류하고, 국회는 법원조직법 제41조 2의 대법관을 추천할 때마다 추천인을 구성하게 돼 있는 법적 맹점을 개정해 꼼수를 막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법원조직법 개정 추진을 시사했다.
서영교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도 조 대법원장이 다시 제청해야 할 상황이 생겼을 경우 추천위가 추천한 나머지 3명 중에서 제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과거 추천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해 제청이 다시 이뤄졌을 때 후보 추천위가 다시 열린 선례가 있는 점, 법원조직법이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재제청을 해야 할 경우 추천위를 다시 구성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에 대해 반려를 한 경우는 헌정사에 전례가 없다. 다만 후보자가 청문회를 진행한 뒤 자진 사퇴해 제청 절차가 다시 진행된 경우는 있는데, 이때는 후보 추천위가 다시 열렸다.
2012년 양승태 대법원장은 청문회 과정 중 저축은행 수사 개입,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등이 제기돼 김병화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자, 추천위를 다시 거친 뒤 김소영 대전고법 부장판사를 임명제청했다.
법조계에선 재제청을 해야 할 경우 추천위가 다시 구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추천위에서 추천한 4명 중 1명을 제청함으로써 절차적 흐름은 한 단계 마무리된 것"이라며 "제청을 다시 할 경우 현행법상 추천부터 절차를 다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자꾸 특정인을 시키려고 하는 건데, 그러면 추천위에서 다시 그 인물을 추천하면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법원조직법에 추천위 의견을 대법원장이 존중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존중했는데도 마땅한 제청 후보가 없다고 하면 (추천위를) 다시 해야 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제청을 함으로써 추천위의 추천은 수명을 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만약 대통령이 계속 반려할 경우 결국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헌법이 마련해 놓은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사법부 역할이 완전히 배제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다시 추천위를 열어 더 좋은 후보들을 찾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꼭 나쁘지는 않다"고 했다.
만약 청와대가 손 부장판사 제청에 대한 숙고가 길어지는 사이, 다수당인 민주당이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재제청시 추천위를 다시 열지 못하게 못 박을 경우 대법관 공백 사태는 더욱 장기화되고, 위헌논란이 일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ho86@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