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산업용 전기료 10%↓ 차등제…"신규투자 유인" vs "원가주의 흔들"

사회

뉴스1,

2026년 8월 26일, 오후 04:02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산업용 지역 요금제 공청회를 열었다. 산업용 지역 요금제가 시행되면 남부지방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최대 약 10%, 충청과 강원은 최대 약 8%,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북부는 최대 약 5% 싸질 전망이다. 2026.8.26 © 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정부가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10% 낮추는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내놓자 산업계와 지역에서는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신규 투자를 지방으로 유도하고 기존 기업의 원가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반면 전기요금 하나만으로 기업을 지방으로 옮기기는 어렵고, 전력 공급원가와 직접 관련이 적은 균형발전 요소까지 요금에 반영하면 가격 신호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열린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공청회'에서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이 공개한 설계안을 두고 이 같은 논의가 이어졌다. 정부안은 경상·전라 남부권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3~18원, 강원·충청 중부권은 10~15원, 수도권 북부는 6~10원 낮추는 내용이다. 수도권 남부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거나 1원 안팎만 낮춘다.

전력계통에 따른 4개 광역권에 지방우대지수와 산업위기지역 등 균형성장 요소를 추가해 최종적으로 전국을 11개 지역으로 세분화한다. 산업용 전력이 한전 판매량의 51%를 차지하는 만큼 정부는 가격 차이가 기업의 신규 입지와 전력수요 분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는 출발점"…반도체·AI 신규투자엔 유인 효과 '한 목소리'
김상봉 고려대 정부행정학부 교수는 지역별 10% 안팎의 요금 차이에 대해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며 기존 수도권 제조업의 이전보다는 반도체나 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 전력을 쓰는 신규 투자를 지방으로 유도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요금과 산업단지, 세제 등 정책을 패키지로 묶을 경우 기업 유치와 국가 균형발전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민석 대한상공회의소 클린에너지센터장도 시멘트 등 이미 지방에 있는 전력 다소비 기업에는 즉각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있고 반도체·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의 신규 투자에는 적절한 유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요금 조정만으로 지방 이전이 쉽지는 않다"며 법인세·취득세 감면과 산업 인프라, 인력 확보를 위한 정주여건 등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재훈 한국화학산업협회 본부장도 전기요금 인하에 유틸리티 지원과 투자세액공제, 산업위기지역 금융지원 등이 결합되면 정책 효과가 커질 수 있다며 조속한 시행을 요청했다.

현장에서는 지역 산업 종사자의 보다 직접적인 요구도 나왔다. 포항 철강업계 노동자라고 밝힌 참석자는 철강산업 침체와 지역 인구 감소 상황을 설명하며 "빠른 시일 내 시급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기업 지원과 함께 지방정부 차원의 추가 지원도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전력계통 운영 측에서도 지역별 가격 신호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박만근 전력거래소 전력시장본부장은 재생에너지 확대 속에서 현행 단일계통 운영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생산과 소비 위치, 전력시장과 계통 운영을 가격체계와 함께 바꿔야 지속가능한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백우기 한전 기획부사장은 과거 밀양 송전탑 갈등을 언급하며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전기를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으로 계속 보내는 방식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 발표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필요한 전력의 약 40%를 비수도권에서 공급하고 있다.

"요금 할인 만능키 아냐" 우려도…원가주의·지역 형평성 논란 '꼬리표'
현장에서는 반론도 나왔다. 이우수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요금은 만능키가 아니다"라며 기업의 지방 이전을 목적으로 전력자급률이나 균형발전 등 정책 요소를 요금에 과도하게 반영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업 입지는 전기요금뿐 아니라 인프라와 세제혜택, 규제 등 여러 조건을 종합해 결정한다며 지방 이전 자체는 정부와 지방정부의 세제·재정 지원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요금은 실제 전력을 공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투명한 가격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단순히 지역 발전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전력자급률을 요금 기준으로 활용할 경우 실제 송전비용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발전량이 많은 인천이 수도권으로 묶이는 반면 전력자급률이 낮은 일부 비수도권 지역은 더 큰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지역 간 형평성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안은 4개 광역권을 다시 행정구역별 균형성장 기준으로 세분화하기 때문에 같은 생활권에서도 행정구역 경계를 사이에 두고 산업용 전기요금이 달라질 수 있다. 발표자료에서도 충북을 중부권으로 먼저 분류한 뒤 지방우대지수 등에 따라 도내 행정구역을 다시 나누는 방식을 예시로 제시했다.

실제 공청회에서는 수도권에 있는 대규모 전력 소비자의 문제도 제기됐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서울 전체 전기사용량의 약 1.6%를 사용하고 지난해 전기요금으로 2743억원을 부담했다며 "1원과 10원, 9원 차이가 나면 1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수도권 여러 지역에 걸쳐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의 특성도 요금 설계 과정에서 고려해달라는 요구다.

지역 차등 폭이 기업을 실제로 움직이기에 충분한지도 논쟁거리다. 지난해 산업용 평균 판매단가 181.9원에서 남부권 최대 할인 18원을 적용하면 약 164원이다. 중국 산업용 전기요금이 kWh당 12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할인만으로 국내 전력 다소비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 문제를 모두 해소하기는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6.29 © 뉴스1 허경 기자

연구진도 전기요금만으로 수요 분산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역 간 전력수급 불균형이 커진 상황에서 전기요금도 기업의 입지를 분산시키는 방향과 일치하는 가격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력자급률 등 현재 지표의 한계도 인정하면서 향후 지역별 도매시장이 세분화되면 실제 공급비용과 보다 직접적으로 연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투자 예측 가능성을 위해 지역 간 요금 차이를 일정 기간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공청회 질의응답에서 연구진은 4년이라는 기간 자체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일정 기간 요금 차이를 유지한 뒤 기업 이전과 수요 분산 효과, 비용, 도매시장 변화 등을 종합 평가해 제도를 다시 조정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정부는 수도권 요금은 올리지 않고 비수도권 요금만 낮추기로 해 연간 약 2조8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역별 도매가격제 도입에 따른 한전 전력구입비 절감과 송전비용 세분화, 한전 자체 부담 및 일부 정부 재정지원 등을 통해 재무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기후부와 한전은 공청회 의견과 향후 공개될 지방우대지수 등을 반영해 11개 지역 구분과 세부 요금을 확정하고 고시·전기요금약관 개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와 전력시장 지역별 가격제를 연내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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