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中 유물 전시 논란' 대한박물관, 결국 개관 포기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27일, 오후 02:35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대한박물관’이 결국 개관을 포기했다. 박물관 이름과 걸맞지 않게 중국 고대 유물전시를 추진해 논란을 빚으면서 관할구청의 행정처분 압박과 주민 반발, 경찰 고발 등이 이어지자 전시 유물을 전량 반출하고 간판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1일 서울 은평한옥마을 인근 '대한박물관' 내부에 유물들이 전시돼 있는 모습(왼쪽). 27일 현재 전시품이 모두 빠져나가 빈 공간만 남아 있다.(사진= 이유림 기자)
지난 7월 1일 서울 은평한옥마을 인근 '대한박물관' 내부에 유물들이 전시돼 있는 모습(왼쪽). 27일 현재 전시품이 모두 빠져나가 빈 공간만 남아 있다.(사진= 이유림 기자)
27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박물관은 최근 건물 외벽에 내걸었던 대형 간판을 철거하고 내부 전시용 유물을 모두 반출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유물 반출을 완료하고 외부 간판도 제거하면서 무단 용도변경에 대한 시정조치를 마쳤다”며 “향후 해당 건물에서 대한박물관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다만 태극 문양이 새겨진 건물 앞 대형 비석은 처리 및 철거 비용 분담 문제로 건물 소유주와 임차인 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찾은 현장은 개관 준비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적막감이 감돌았다. 인근에서 조경 작업을 하던 한 관계자는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오가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처음 작업하러 왔을 때부터 문이 굳게 닫혀 있던 상태였다”고 전했다.

박물관 인근의 남성 주민도 “약 한 달 전부터 중국인들이 오가며 짐과 물건을 빼는 것을 봤다”며 “처음부터 간판 서체도 한국식이 아닌 데다 전통 한옥마을 바로 앞에 중국 유물 전시관이 들어선다는 게 납득되지 않았는데 정리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한박물관은 태극 문양 로고와 함께 ‘코리아 뮤지엄’(Korea Museum)이라는 영문 명칭을 내걸었다. 하지만 안내판에는 중국 신석기 시대부터 춘추전국시대, 진(秦)·한(漢)·당(唐)·송(宋)·명(明)·청(淸) 및 중화민국 초기에 이르는 중국 역대 왕조 유물과 병마용, 옥기 등을 전시한다고 소개해 ‘동북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문제는 전통 한옥 문화를 집약한 은평한옥마을에 박물관이 자리 잡으면서 외국인 관광객 등이 한국 역사 전시관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 역사 전시 시설로 오인하게 만들어 외국인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문성호 전 서울시의원은 박물관 운영 주체를 박물관미술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은평구도 건축물 용도가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지정돼 있어 문화 및 집회시설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지난 6월 시설 측에 영업 불가 시정명령을 통보했다. 또 해당 건물을 위반건축물로 등재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은평구 관계자는 “정확한 개관 의도와 목적은 알 수 없다”면서도 “행정 조치와 여론 반발이 이어지자 결국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일 촬영된 대한박물관 외관(왼쪽)과 현재 모습. 현재는 간판이 사라져 있다.(사진= 이유림 기자)
지난 7월 1일 촬영된 대한박물관 외관(왼쪽)과 현재 모습. 현재는 간판이 사라져 있다.(사진= 이유림 기자)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