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불안 노린 AI 자격증 600개 우후죽순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31일, 오전 05:01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김태섭 수습기자] “자격증은 사실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작업물과 포트폴리오로 승부하는 거니까요. 그런데도 다들 불안하니까 돈 내고 따는 거예요.”

최근 인공지능(AI) 활용 관련 자격증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취업 불안감이 높아진 청년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AI 자격증을 취득하려 하면서 신규 자격증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명확한 AI 역량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구조 탓에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할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청년층의 취업 불안 심리에 편승해 AI 관련 민간자격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PQI)에 따르면 명칭에 ‘AI’가 들어간 민간자격은 30일 기준 신규 등록만 617건에 달했다. 2024년 179건에서 2025년 338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불과 8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등록 건수를 크게 넘어섰다.

문제는 우후죽순격으로 생기는 자격증 가운데 상당수가 취업시장에서 실력을 가려낼 ‘변별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그래픽= 김정훈 기자)
실제 이데일리가 자격관리기관에 문의한 결과 한 AI 관련 자격증은 지난해 응시자 698명 전원이 합격해 합격률 100%를 기록했다. 10만~30만원 상당의 교육을 수강한 뒤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한 자격관리기관 관계자는 “우리 교육원에서 해당 과정을 따로 진행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취업 현장의 반응도 냉랭하다. 이데일리가 만난 학원가와 현업 종사자, 전문가들은 AI 자격증 한 줄보다 실제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취업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입을 모았다. AI 관련 자격증 강의를 판매하는 한 대형 학원 관계자조차 “AI 자격증은 사실 필요 없다”며 “결국 회사는 자격증이 있는 사람보다 실제로 결과물을 만들어 본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자 피해도 덩달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민간자격 관련 소비자상담은 2022년 845건에서 2024년 1546건으로 2년 새 95.4%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8월까지 1404건이 접수됐다. 소비자원은 조사대상 절반 가량의 민간자격증이 ‘100% 취업 보장’ 등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광고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채용시장의 불확실성을 근본 원인으로 짚었다. 윤 교수는 “최근 취업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공채가 줄고 수시·직무별 채용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까지 겹치면서 청년들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보이는 스펙’이 자격증 취득”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업도 막연히 ‘AI 활용 능력 우대’라고 할 게 아니라 해당 직무에 필요한 구체적인 AI 활용 역량을 제시해야 청년들이 불필요한 자격증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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