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15주기 1958명 추모식…피해자들, '온전한 배상' 촉구

사회

뉴스1,

2026년 8월 31일, 오후 03:10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15년째 되는 날을 맞아 고(故) 서영철 대표와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4대 종단 추모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2026.8.31 © 뉴스1 이종수 기자

가습기 살균제 참사 15주기인 31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숨진 피해자들을 위한 4대 종단 추모제가 열렸다. 유가족과 피해자 등 추모제 참석자들은 국가의 사과와 온전한 배상을 촉구했다.

전국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4대 종단 추도제가 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1958명에 대한 추모 의식을 진행했다.

추모제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은 지난 14일부터 고(故) 서영철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 대표에 대한 추모가 이어져 온 곳이다.

앞서 서 대표는 11일 기흉 증세로 서울대병원 응급센터를 찾았다가 쓰러진 뒤 약 1시간 30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69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연대는 "죽으면 장례를 치르지 말고 광화문 광장에서 투쟁해달라"는 서 대표 유언에 따라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이날 추모제에는 피해자와 유가족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황인근 목사는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넣으면 건강을 지킨다는 대기업들의 광고와 제품이 안전하다고 정부가 인증한 KS 마크를 믿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며 " 어쩌면 한국전쟁 이후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국민이 죽었는데 온전히 책임지는 부처도 없고 기업도, 공무원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강문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여전히 가해 기업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을 외면하고 있다"며 "해외로 도피한 옥시 외국인 책임자 거라브 제인은 11년째 인터폴 적색수배 중이지만 아직 우리나라로 소환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15년째 되는 날을 맞아 고(故) 서영철 대표와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4대 종단 추모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2026.8.31 © 뉴스1 이종수 기자

피해자들은 오는 10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과거 일부 기업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던 피해자 배·보상의 길이 열리는 것이지만 정작 피해자들은 회의적이다.

앞서 2022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는 피해자와 기업 간 사적 조정을 전제로 하는 조정안을 마련했으나 상대적으로 분담액이 큰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애경산업이 조정안 수용에 반대해 합의가 무산된 바 있다.

이에 개정안은 배상 지원에 관해 전문위원회를 두고 정부의 배상 책임을 명시하는 등 배상 체계를 국가와 기업의 공동 책임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방점을 뒀다.

그러나 피해자 단체들은 개정안이 '온전한 배상'을 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시혜적 구제 중심의 설계 △좁은 피해 인정 범위 △피해자단체 및 연대체의 협상권 보장 등 '5대 독소 조항'을 수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은 '종국성'(조정안에 합의해 배·보상이 이뤄지면 이후 관련 문제를 종결해 주는 것) 문제를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다.

현행 특별법은 신청 기한을 6개월로 제한하고 있다. 이 경우 내년 4월 이후 신규 피해신고 접수, 추가 심의 등이 모두 멈춘다.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의 지난달 31일 기준 집계에 따르면 피해구제 인정자 중 사망자는 서 대표를 포함해 1422명이다.

그런데 가습기살균제사건과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2019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5000가구(1만 5472명)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가습기 살균제 인구 규모는 약 627만 명, 사망 인구는 약 1만 4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확인되지 않은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피해 신청 기간이 6개월로 제한되면 이러한 피해자들을 모두 포용할 수 없다는 것이 피해자 단체의 지적이다.

연대는 최소한 3년으로 기한을 연장하고, 궁극적으로 신청 기한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정부가 개정 법안이 시행되는 10월 8일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찾기 사업'을 전개하고 피해자를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김태윤 씨는 이날 추모제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기저 질환이 악화하고 합병증과 파생 전이 질환이 나타날 수 있으며, 현재의 의학적 지식으로 확인되지 않은 건강 영향이 뒤늦게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이날 오후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최하는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 참석해 배상 기준과 일정 등에 대한 요구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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