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조회 안되는 경찰 전산망…"실종자 유치장 갇혀도 모른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9월 01일, 오전 05:21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제주 장미란 씨 실종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실종 수사 개선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실종자 수색에 필요한 정보가 경찰 여러 전산망에 흩어져 있어 실종 수색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실종시스템에선 실종자가 유치장에 갇혀 있어도 교통사고를 당해도 단번에 파악할 수 없다. 실종 담당자가 필요한 정보를 직접 요청해야 받아볼 수 있는 구조여서다. 실종 신고 담당자의 경험과 적극성에 따라 수색 성패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재현한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 시스템 로그인 화면. (사진=챗GPT)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재현한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 시스템 로그인 화면. (사진=챗GPT)
◇유치장에 있어도 별도 조회해야만 정보 알 수 있어

31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2011년 경찰청이 개발한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시스템’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KICS)의 유치인 정보, 교통사고 기록, 해양경찰의 승선 기록, 사회보장정보원의 기초연금 수급 정보 등과 연계돼 있다.

하지만 실종신고를 받은 사람의 이름을 넣어도 관련 기록을 하나의 화면에서 파악할 수 없다. 수사 담당자가 수색에 필요한 특정 정보를 정해 해당 부서에 요청하고 허가를 받아야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경찰청은 대상자의 개인정보 침해를 우려해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실종 담당자가 직접 조회해야 할 시스템이 여러 개라는 점이다.

전직 실종전담팀 한 경찰관은 “경찰이 부서마다 사용하는 업무 시스템이 약 50개에 이르고 담당 부서원이 아니라면 어떤 시스템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실종신고가 들어왔다고 이 모든 시스템을 일일이 조회를 요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경찰청이 보유한 관련 정보를 비교 대조만 해도 더 많은 실종자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은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지난 2017년 ‘사망·실종·국외체류 정보 관리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미해제 실종자 1만 1995명을 4년치 교통사고 이력자 567만 513명과 대조했다. 그 결과 474명의 교통사고 기록을 발견하고 28명은 곧바로 소재가 파악됐다. 고용보험과 진료 기록까지 더하면 한 달 남짓한 감사 기간에 128명을 추가로 찾았고 이 중 78명이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1년 뒤인 2018년 박종철 당시 경찰대 경찰학과 교수와 장일식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이 ‘한국경찰연구’에 실은 논문(경찰의 실종사건 대응 효과성 제고방안)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반복됐지만 실질적인 정보 통합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그래픽= 김일환 기자)
◇“실종자가 유치장에 있어도 하나씩 조회해야 확인 가능”

이 같은 문제로 실제 실종자를 찾는 일이 지연되는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충남지역의 한 실종수사팀 경찰관은 “지난해 장례식에 참석한 뒤 돌아오지 않은 여성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동선과 위치를 추적했지만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어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며 “경찰 내부 시스템을 하나씩 조회하고 나서야 여성이 인근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도 실종자 소재 확인을 담당자 개인의 노력에 맡기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철 송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종자 신고를 접수할 때마다 어디에 어떤 정보가 있을 줄 알고 경찰이 건건이 관련 정보를 요청할 수 있겠느냐”며 “특정인을 검색했을 때 다른 시스템에 기록이 있으면 알림이 뜨도록 해야 비로소 실종자 수색에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경찰서 및 시도청 실종 담당자에게만 열람권을 주면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실종프로파일링시스템 관계자는 “정보를 더 확보할수록 실종자를 빨리 찾을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타 부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정보를 한 화면에서 일괄 조회하게 하려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정보 조회가 가능토록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편에 필요한 예산을 신청해 둔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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