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장윤기 檢사형 구형' 선고는 '신중'…"실질적 영구 격리 필요"

사회

뉴스1,

2026년 9월 01일, 오전 11:24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2026.5.14 © 뉴스1 김태성 기자

검찰이 '모텔 약물 살인' 김소영과 '광주 여고생 살인' 장윤기 등 흉악범죄 피고인들에게 잇달아 사형을 구형하고 있다. 다만 실질적 사형폐지국인 우리나라에서 법원은 사형 선고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판을 되돌릴 수 없는 궁극적 형벌'이기 때문이다.

흉악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질 때마다 사형 집행 재개론이 고개를 들지만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현행 무기징역은 일정 기간 복역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어 흉악범을 영구히 격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사형제 존폐 논쟁에 대한 사회적 결론을 내리는 한편, 사실상 폐지된 사형과 가석방 가능성이 있는 무기징역 사이에서 흉악범을 영구히 격리할 수 있는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형은 사형, 선고는 무기징역…마지막 선고도 10년 전
검찰이 사형을 구형해도 법원 선고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마지막 사형 확정 사례도 2016년 2월 'GOP 총기 난사' 사건의 임 모 병장이다.

약물이 든 음료로 남성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사형이 구형된 김소영(20)에게도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궁극적 형벌로서 예외적으로 선고돼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2023년 발생한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최윤종과 '또래 여성 토막살인' 정유정, '신림역 흉기 난동' 조선에게도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흉악범 23명의 형을 집행한 이후 28년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도 한국을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적 공분을 산 흉악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장윤기 사건의 피해자 유족과 시민단체가 진행한 법정 최고형인 사형 선고 촉구 탄원에는 시민 5만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등 흉악범죄가 잇따랐던 2023년에는 들끓는 국민 여론에 법무부도 움직였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같은 해 8월 사형 집행시설을 갖춘 교정기관 4곳에 시설 점검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 또한 실제 사형 집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국민 여론과 다르게 사형 선고는 법관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에 간단히 선고할 수 없는 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부분의 판사는 '사람의 목숨을 내 손으로 끊었다'는 데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본다"며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데도 웬만하면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부담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형이 실제 집행되지 않더라도 법관에게는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판단을 내렸다는 부담이 남는다는 것이다.

'신림동 성폭행 살인' 최윤종. © 뉴스1 이동해 기자

'절대적 종신형' 도입론…"제도 도입 앞서 국민 설득해야"
이처럼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에서 법관이 느끼는 부담을 줄일 대안으로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 도입이 거론된다.

현행 무기징역은 20년 이상 복역하면 법적으로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흉악범을 영구히 격리하려면 가석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형벌이 필요하다는 게 도입론의 근거다.

법원이 절대적 종신형의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사례도 있다.

2022년 '노원 세 모녀 살인' 김태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는 "사형제가 실효성을 상실한 현재의 형벌 시스템 등을 고려해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으로 집행돼야 마땅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노원구 세 모녀’를 잔혹하게 연쇄 살해한 김태현. © 뉴스1 오대일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도 후보자 시절인 2023년 1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를 대체할 절대적 종신형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도 2023년 법원이 가석방을 허용하는 무기형과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구분해 선고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법조계에서는 좀처럼 선고되지 않고 집행도 중단된 사형과 가석방 가능성이 있는 무기징역 사이에서 법관이 절대적 종신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형을 폐지한다면 흉악범을 영구히 격리할 대체 형벌과 엄격한 가석방 심사 기준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범죄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선량한 시민의 피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사형을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면 사형제를 폐지하고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이 형벌 체계상 맞다"고 말했다. 이어 "사형도, 절대적 종신형도 허용하지 않아 범죄자가 출소한 뒤 다시 범죄를 저지르게 둘 수는 없고 추가 피해를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절대적 종신형은 신체의 자유를 영원히 회복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국민 중에는 절대적 종신형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은 만큼 사형 폐지와 제도 도입에 앞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on@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