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표 중심의 회의를 시민에게 넓히고 함께 해법을 찾겠다는 취지는 의미가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일자리 문제는 어느 한 집단의 이해만으로 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그 시민은 누구이며 어떻게 선정됐는가.
사전 공론 과정의 1대1 대화에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짝을 지어 참여했고 온라인 공론화도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열려 있다. 이는 현장의 생각과 쟁점을 발굴하는 데 유용하다. 다만 일자리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지가 강한 사람이 더 많이 들어오는 방식인 만큼 그 결과를 국민 전체의 분포를 반영한 의견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본 숙의에 참여할 시민 300명의 선정 방식이 더욱 중요하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어떤 모집단에서 참여자를 뽑았는지, 무작위 추출을 했는지, 성별·연령·지역·직업을 어떻게 배분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고용형태와 사업장 규모, 노조 가입 여부, 취업 상태, 주요 쟁점에 대한 사전 입장을 어떻게 반영했는지도 알 수 없다.
이는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다. 노동 문제를 둘러싼 판단은 정치 성향만큼이나 노동시장에서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조직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 사용자와 구직자, 청년과 고령자는 같은 정책을 전혀 다르게 경험한다. 이들을 고르게 반영하지 않으면 시민참여단 안에서도 조직화한 집단의 관점이 과잉 대표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집단의 목소리가 빠지는 데만 있지 않다. 특정 집단의 이해가 시민 전체의 판단인 것처럼 확대될 때 공론화의 대표성도 왜곡된다.
대표성은 보수와 진보의 비율을 맞추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민참여단이 우리 사회의 서로 다른 조건과 이해를 얼마나 충실히 담아내느냐이다. 계속고용을 논의한다면 정년까지 일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뿐 아니라 이직을 반복하는 사람의 경험도 함께 들어가야 한다. 청년 일자리라면 대기업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비수도권 청년, 고졸 구직자, 장기 미취업자의 목소리도 담아야 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인구통계학적 기준으로 층화추출한 2만명 중 건설 재개·중단·판단유보 입장과 성·연령을 반영해 시민참여단 500명을 무작위로 선발했다. 선정과 숙의 과정을 검증하는 절차도 뒀다. 핵심은 찬반의 숫자만 제시한 데 있지 않다. 누가 참여했고 그 구성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닮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했다는 데 있다.
이번 경사노위 공론화도 모집 경로와 표본추출 방식, 최종 참여자의 구성, 중도 이탈자와 대체 참여자 처리 방식을 공개해야 한다. 공개하지 않은 공정성은 검증할 수 없다. 대표성만으로 공론화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시민의 숙의 결과가 사회적 대화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 계속고용 문제만 해도 고령자의 소득보장만이 아니라 임금체계, 청년 채용, 중소기업의 부담, 직무와 숙련의 재설계가 함께 걸린 과제다. 시민은 어떤 선택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지와 무엇을 먼저 풀어야 하는지를 제시할 수 있다. 비용과 책임을 누가 얼마나 나눌지는 결국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답해야 할 문제다.
그 연결 장치가 없으면 시민제안서는 좋은 의견서로 남을 뿐이다. 시민이 제안해도 노사정은 권고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고 정부는 입법과 재정의 문제라며 미룰 수 있다. 따라서 공론화특위는 시민제안서를 어떤 절차로 경사노위의 논의 안건에 올릴지, 언제까지 수용 여부를 밝힐지 미리 정해야 한다. 받아들이지 않는 제안이 있다면 그 이유와 책임 주체도 공개해야 한다.
이번 시도가 사회적 대화의 새로운 가능성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려면 두 질문을 피해서는 안 된다. 누가 말했는가. 그리고 누가 답할 것인가. 시민을 불렀다면 누구를 불렀는지 밝히고 시민의 말을 들었다면 끝까지 답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 참여는 정책의 정당성을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를 앞으로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