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림프종은 목이나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만져지는 림프절이 감기나 편도염 등 바이러스·세균 감염으로 인한 림프절염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감염으로 커진 림프절은 대부분 수주 내 크기가 줄어들지만 림프종은 2~4주 이상 지속되거나 점차 커지는 양상을 보인다.
발열, 식은땀,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은 결핵이나 만성 감염, 자가면역질환, 갑상선질환 등과도 증상이 비슷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위나 장에 발생한 림프종은 위염이나 위궤양,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생각하기 쉽고, 피부 림프종은 습진이나 건선 등 만성 피부질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암세포 위치·양상 따라 림프종과 만성림프구백혈병 차이
만성림프구백혈병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건강검진에서 백혈구 증가를 계기로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피로감이나 빈혈은 단순 노화나 철결핍빈혈로, 반복되는 감염은 면역력 저하나 잦은 감기로, 림프절 비대는 감염성 림프절염으로 오인될 수 있다. 특히 고령 환자에서는 체력 저하나 체중 감소를 노화 현상으로만 생각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림프종과 만성림프구백혈병은 모두 림프구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이지만, 암세포가 주로 자리 잡는 위치와 병의 양상, 치료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 두 질환 모두 면역세포인 B림프구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 유전적·생물학적 특성을 일부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질환으로 분류되며 진단과 치료도 구분해 접근한다.
‘림프종’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림프구가 암으로 변해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이름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생각보다 흔한 암이다. 국내에서는 매년 약 6,00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며 전체 암 발생의 약 2.3%를 차지한다.
림프종은 크게 호지킨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호지킨 림프종이 약 5% 내외로 비교적 드문 반면, 대부분인 약 95%가 비호지킨 림프종에 속한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60가지가 넘는 아형으로 구성된 매우 복잡한 질환군이다. 세포의 종류에 따라 B-세포 림프종, T-세포 림프종, NK-세포 림프종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B세포 림프종이 약 80%로 가장 많다. 그리고 B세포 림프종 중 가장 흔한 유형이 바로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이다.
진단 후 몇몇 저등급 림프종에서는 치료를 바로 시작하지 않거나 방사선치료 등의 국소치료를 먼저 고려한다. 하지만 림프종 치료의 근간은 항암화학치료다. 수술은 대부분 종양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조직을 채취해 정확한 병리 진단을 하기 위해 시행된다. 초기 치료로 약 60%의 환자가 완치에 도달하지만 나머지 약 40%는 재발하거나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재발·불응’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이 경우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나 새로운 면역치료 등이 추가로 고려된다.
림프종 치료 환경은 빠르게 변화해 면역세포를 활용한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하면서 과거에는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에게도 새로운 완치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대표적인 치료가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활용하는 CAR T-세포치료다. 이 치료는 환자의 T-세포를 채집해 유전공학적으로 재설계하고 가공한 뒤 다시 체내에 주입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일부 환자에서는 장기 생존 및 완치의 가능성을 보이며 혁신적인 치료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CAR-T 치료는 환자의 세포를 채집해 제조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치료까지 수 주에서 두 달 가까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문제는 림프종, 특히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과 같이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갖는 경우에는 질병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에 따라서는 치료를 기다리는 동안 병이 악화되는 경우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치료로 최근 주목받는 것이 이중특이항체 치료제다. 이 치료는 면역세포와 암세포를 동시에 인식해 서로를 연결함으로써 면역세포가 암을 직접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임상 연구에서도 상당수 환자에게 의미 있는 치료 반응을 보이며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일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시작됐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혈액내과 최윤석 교수가 림프구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혈액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만성림프구백혈병은 진단 즉시 치료하는 질환이 아니다. 증상이 없고 병의 진행이 느린 초기 환자는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진료를 통해 경과를 관찰하는 ‘관찰 대기’ 전략이 국제적으로 권고된다.
빈혈이나 혈소판 감소가 발생하거나 림프절이 빠르게 커지고 전신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치료를 시작한다. 최근에는 기존 항암치료보다 표적치료제가 치료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BTK 억제제와 BCL-2 억제제, 항-CD20 단클론항체 등을 환자의 연령과 유전자 이상 여부에 맞춰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치료법은 기존 항암치료보다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림프종과 만성림프구백혈병은 고령화와 진단기술의 발전으로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치료법 역시 빠르게 발전하여 치료 가능성
도 크게 넓히고 있다. 이처럼 림프구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이 늘면서 인터넷에 질환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무분별한 정보에 의존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의료계 것은 금물이다.
최윤석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림프구에 생겨 발생하는 혈액암이지만 아형이 다양하고, 예후, 증상, 치료반응도 다양해 개별 환자에 대한 평가는 정확한 진단과 함께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과 충분한 상의가 필요하다”며 “혈액암에 특별히 좋은 특정 음식이나 기능성 식품은 없다.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은 간독성 등을 유발해 항암 치료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균형 잡힌 식사, 스트레스 관리, 꾸준한 운동 등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